AI가 화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써 온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하고 글과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피지컬 AI는 카메라와 센서로 현실을 보고 상황을 판단한 뒤 실제 기계를 움직인다. NVIDIA는 이를 로봇과 자율 시스템이 현실 세계를 인지하고 추론하고 학습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AI로 설명한다. 자료를 읽다 보니 투자 쪽 질문이 하나 남았다. 이게 정말 거대한 산업이 된다면 지금 무엇을 사야 하나.
처음에는 테슬라의 Optimus나 현대차그룹의 Atlas 같은 휴머노이드가 떠올랐다. 그런데 인터넷 산업이 커졌다고 모든 인터넷 기업이 살아남지는 않았고,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했다고 모든 제조사가 돈을 번 것도 아니다. 찾아보는 내내 이 구분이 계속 걸렸다.
왜 공장이 먼저일까
로봇 자체는 새로운 산업이 아니다. 자동차 공장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로봇 팔이 용접하고 도장했다. 차이는 기존 산업용 로봇이 정해진 위치에서 정해진 동작을 반복한 반면, 피지컬 AI 로봇은 주변을 인식하고 상황에 따라 행동을 바꾸도록 설계된다는 데 있다. 컨베이어에서 늘 같은 자리로 들어오는 부품을 집는 일은 기존 자동화로도 충분하지만, 크기와 방향이 계속 달라지는 상자를 골라 집고 작업자가 지나가면 피하는 일은 수준이 다르다.
이게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데이터다. 언어 AI에는 인터넷에 쌓인 문장과 이미지가 있지만, 컵을 어느 정도 힘으로 잡아야 하는지, 바닥이 미끄러울 때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 같은 물리적 행동 데이터는 훨씬 부족하다. 2026년 8월 공개된 한 연구는 이 상황을 '콜드스타트 데드락(Cold-start deadlock)'이라고 불렀다. 로봇을 훈련하려면 실제 행동 데이터가 필요한데, 충분히 똑똑한 로봇이 현장에 깔리지 않으면 그 데이터를 만들기 어렵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공장이나 빌딩처럼 도면과 작업 매뉴얼, 운영 규칙이 이미 있는 환경에서는 이 문제가 일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프리프린트(Pre-print) 단계의 가설이라 산업 전반에서 검증된 정설로 받아들이기는 이르다. 그래도 야외보다 공장이 통제하기 쉽다는 이야기 자체는 납득이 갔다.
실제 상용화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Boston Dynamics는 2026년 제품형 Atlas 생산을 시작해 현대차그룹과 Google DeepMind에 첫 배치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실제 제조현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로봇을 훈련하는 RMAC(Robot Metaplant Application Center)을 2026년 6월 미국에 열었고, 연말까지 규모를 10배로 늘려 여기서 훈련한 Atlas를 2028년부터 HMGMA 생산라인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피지컬 AI의 첫 큰 시장을 찾는다면 가정용 범용 로봇보다 제조·물류 쪽을 먼저 보는 편이 맞아 보인다.

시장 규모 전망은 기관마다 다르다
자료를 모아 보니 기관마다 숫자가 크게 달랐다.
| 자료 | 전망 | 주요사항 |
| Strategy& / PwC | 2030년 4,300억 유로 (651조 원) | 자동차·산업자동화·휴머노이드 등을 포함한 Physical AI |
| Market.us | 2035년 6,416억 달러 (866조 원) |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포함한 Physical AI |
| J.P. Morgan 종합 Base | 2035년 2.5조 달러 (3,375조 원) | 로봇·휴머노이드·자율주행까지 보다 넓게 포함 |
| J.P. Morgan 종합 Bull | 2035년 8조 달러 (10,800조 원) | 기술·가격·보급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낙관 시나리오 |
원화 환산은 1달러 1,350원, 1유로 1,560원, 1위안 200원으로 잡은 대략적인 값이다. 환율은 계속 변하니 규모감을 잡는 용도로만 봤다.
Strategy&는 2030년 시장 4,300억 유로 가운데 자동차 관련이 약 1,710억 유로(약 267조 원), 산업자동화와 물류가 약 690억 유로(약 108조 원)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 Market.us는 범위를 달리 잡아 2025년 약 301억 달러(약 41조 원)에서 2035년 6,416억 달러, 연평균 33.7% 성장을 전망한다. J.P. Morgan Private Bank가 여러 기관 전망을 종합한 자료는 글로벌 로보틱스 시장을 2025년 약 1,000억 달러(약 135조 원)에서 2035년 Base 2.5조 달러, Bear 0.5조 달러(약 675조 원), Bull 8조 달러로 나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게 있다. 이 숫자는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가 아니라 해당 산업에서 1년 동안 발생하는 매출 규모다. 그래도 2.5조 달러는 감이 잘 안 와서 지금 있는 산업과 비교해 봤다. IATA가 집계한 2025년 전 세계 항공사 매출이 약 1조650억 달러(약 1,438조 원), WSTS가 전망한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약 1.51조 달러(약 2,039조 원)다. Base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항공업계 전체의 약 2.3배, 반도체 시장의 약 1.7배가 된다.

지금 로보틱스 시장은 반도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데 10년 뒤에는 반도체보다 커진다는 가정인 셈이다. 시장 정의와 기준 연도가 달라 1:1 비교는 아니고, 규모감을 잡는 참고 정도로 봤다.
처음에는 8조 달러라는 숫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 숫자만 떼어 "J.P. Morgan이 피지컬 AI 시장을 8조 달러로 봤다"고 쓰면 정확하지 않다. 기관마다 시장 정의가 다르고 8조 달러는 여러 조건이 빠르게 충족되는 Bull 시나리오다. 오히려 전망치가 6,000억 달러대부터 8조 달러까지 나온다는 사실이 이 산업의 현재 위치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 거대한 TAM(Total Addressable Market·전체 잠재시장) 숫자보다 실제 매출이 얼마나 빨리 발생하는지를 보게 됐다.
로봇 가격이 내려가야 산업이 커진다
AI가 똑똑해지는 것만큼 중요한 게 하드웨어 가격이다. 사람 한 명 몫을 하는 로봇이 2억 원이면 성능이 좋아도 살 기업이 많지 않고, 믿을 만한 로봇이 수천만 원대로 내려오면 계산이 완전히 달라진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용어가 BOM(Bill of Materials)이다. 로봇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과 재료의 원가를 합한 값이고, 연구개발비와 판매관리비까지 포함한 생산원가와는 다르다. Morgan Stanley가 Tesla Optimus Gen 2 기준으로 추정하고 J.P. Morgan이 인용한 자료를 보면, 중국 공급망을 쓸 때 BOM이 약 4만5,500달러(약 6,100만 원), 비중국 공급망에서는 약 13만1,800달러(약 1억7,800만 원)다. 이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부품이 액추에이터(Actuator)인데, 전기 신호를 실제 움직임으로 바꿔주는 로봇의 근육이자 관절이다. 액추에이터 비용만 중국 기준 약 2만2,000달러(약 2,970만 원), 비중국 기준 약 5만8,000달러(약 7,830만 원)로 잡힌다.
J.P. Morgan은 중국이 글로벌 액추에이터 생산의 약 70%를 담당한다는 점도 언급한다. 다만 이 비중 하나로 세 배 가까운 원가 차이가 전부 설명되지는 않는다. 부품 공급망의 집적도와 생산 규모, 소재 가격, 인건비와 제조 경험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보는 편이 맞다.
이 숫자를 보고 나니 로봇 완제품 회사만 볼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도체와 센서, 모터와 감속기, 액추에이터, 배터리,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기업도 산업이 커지면 같이 매출이 생긴다. NVIDIA가 로봇용 컴퓨팅을 나누는 방식이 이 구조를 잘 보여준다.
AI 학습(DGX) → 가상환경 훈련·시뮬레이션(Omniverse·Cosmos) → 실제 로봇에서 실시간 추론(Jetson)

로봇을 만들려면 AI 모델을 훈련하고, 가상공간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마지막에 실제 로봇 안에서 실시간으로 판단해야 한다. 피지컬 AI가 로봇 제조업이라기보다 데이터센터와 시뮬레이션, 반도체, 엣지 컴퓨팅까지 이어진 산업인 이유다. 초기 산업에서 최종 승자를 맞히는 것보다, 어느 회사가 이기든 공통으로 쓸 수밖에 없는 부품과 인프라를 찾는 쪽이 덜 위험해 보인다.
산업을 투자 관점에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이 구분해 볼 수 있다.
| 영역 | 하는 일 | 대표 기업 |
| AI 연산 | 로봇의 학습·추론 | NVIDIA |
| 센서·비전 | 현실 세계 인식 | Keyence 등 |
| 모터·액추에이터 | 실제 움직임 생성 | 현대모비스, ROBOTIS 등 |
| 산업자동화 | 로봇과 생산라인 연결 | FANUC, ABB 등 |
| 로봇 완제품 | 휴머노이드·협동로봇 | Tesla, Boston Dynamics, Unitree, Rainbow Robotics |
| Robot AI | 로봇 행동 모델 | Physical Intelligence, Skild AI 등 |
Tesla와 현대차를 같은 '로봇주'로 묶기는 어렵다
Tesla는 Optimus를 대량생산형 제품으로 접근한다. 2026년 초 Gen 3를 대량생산을 고려한 첫 설계라고 설명했고, 2026년 말 이전 생산 시작을 준비하며 장기적으로 연간 100만 대 생산능력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보고서를 같이 놓고 보니 온도가 달랐다. 처음에는 2025 사업연도 10-K를 2026년 발표와 나란히 두는 게 시점이 어긋나는 비교인가 싶었는데, 찾아보니 이 10-K는 2026년 1월 29일에 제출된 문서였다. 회계기간만 2025년이고 실제로는 Gen 3 설명과 몇 주 차이다. 거기에는 아직 Bot을 상용화하지 않았고 상업용·소비자용 수요가 어떻게 형성될지 예측하기 어려우며 사업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10-K의 위험요인은 법적 대비 성격이 강해 표현이 잘 바뀌지 않는 항목이라 그대로 회사의 속내로 읽을 것은 아니지만, 발표자료의 생산 목표와 나란히 놓고 볼 이유는 충분했다.
현대차그룹은 순서가 다르다. Atlas를 자기 제조현장에서 먼저 훈련하고 검증하는데, 자동차 공장 자체가 테스트베드가 되는 구조다. RMAC에서 훈련한 로봇을 공장에 넣고 거기서 쌓인 데이터를 다시 RMAC로 보내 재훈련한다. 다만 현대차 주식을 사는 것이 Boston Dynamics에 투자하는 것과 같지는 않다. 기업가치와 이익에서 자동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다. 어떤 기업이 피지컬 AI 사업을 한다는 것과, 피지컬 AI가 그 기업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중국 쪽에서는 Unitree가 눈에 띄었다. G1과 H1 같은 저가 휴머노이드를 빠르게 내놓으며 2025년 매출 약 17억 위안(약 3,400억 원)을 기록했고, 2026년 8월 중국 본토 휴머노이드 기업 중 처음으로 상하이 STAR Market에 상장했다. IPO 당시 기업가치는 약 90억 달러(약 12조 원)였는데 상장 직후 주가가 크게 뛰었다가 다시 급락했다. 판매량이 늘어도 점유율 경쟁으로 가격을 계속 내려야 한다면 회사에 남는 돈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한국의 위치는 제조환경에서 찾는 편이 설득력이 있었다. IFR(국제로봇연맹) 통계를 보면 한국 제조업의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당 1,220대로, 세계 평균 132대의 약 9배이자 세계 1위다. 반도체와 자동차처럼 자동화가 진행된 제조 기반이 있어 로봇을 실제 공정에 넣고 검증할 현장이 많다. 다만 자동화 공장이 많다는 것과 AI 학습용 데이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은 별개다. 데이터 소유권과 보안, 기업 간 공유 문제가 남아 있어서 '데이터 광산'보다는 시험과 검증이 가능한 산업 기반 쪽이 정확한 표현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Rainbow Robotics 지분을 35%까지 늘려 최대주주가 되고 연결 자회사로 편입한 것도 이 흐름 위에 있다. 그렇다고 실증에 유리한 환경이 곧 주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계약에서 수주, 매출, 마진, 현금흐름까지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하고, 기술력과 주주수익률 사이에는 밸류에이션이라는 가격표가 하나 더 들어간다.
그래서 내가 세운 기준
초기 산업에서는 10배 오를 종목을 골라내는 것보다 판단이 틀렸을 때도 전체 포트폴리오가 버티는 구조를 만드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자산배분과 고위험 개별자산을 나누는 Core-Satellite 방식을 이 테마에도 적용해 볼 만하다. 먼저 전체 투자자산에서 피지컬 AI에 얼마까지 넣을지 테마 예산을 정하고, 그 예산 안에서 50~70%는 이미 실적이 나는 반도체·산업자동화 기업이나 폭넓은 로봇 ETF에, 20~40%는 직접 고른 핵심 기업에, 나머지 10% 이하만 상용화 초기의 고위험 기업에 두는 식이다. 이 비율은 어디서 가져온 정답이 아니라 내가 임의로 잡아 본 값이고, 50~70%도 전체 자산이 아니라 테마 예산 안에서의 비중이다.
ETF도 찾아봤다. 미국 상장 BOTZ는 2026년 9월 4일 기준 Keyence, NVIDIA, ABB, FANUC, Intuitive Surgical 등을 주요 종목으로 담고 총보수는 연 0.68%인데, S&P500 대비 베타가 약 1.72다. ROBO는 79개 기업으로 더 넓게 분산돼 있지만 총보수가 연 0.95%다. ETF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자동으로 분산되는 것도 아니어서, 종목 수보다 어떤 기업을 몇 %씩 들고 있는지를 봐야 했다.
매수 시점도 주가가 많이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정하기보다 산업이 한 단계씩 나아가는지 보면서 조절하려 한다. 사람이 계속 원격조종하지 않아도 로봇이 작업을 해내는지(기술), 고객이 실제 돈을 내고 쓰면서 추가 주문으로 이어지는지(상업), 로봇 도입이 사람을 쓰거나 기존 설비를 쓰는 것보다 유리해지는지(경제성) 정도가 순서다. 그래서 앞으로 이 숫자들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
| 확인 필요 사항 | 의미 | 낙관 신호 |
| Paid Deployment | 실제 유료 배치 | 파일럿 이후 반복 주문 증가 |
| BOM | 로봇 제조원가 | 생산량 증가와 함께 지속 하락 |
| Uptime·MTBF | 고장 없이 일하는 시간 | 작업 중단·수리 횟수 감소 |
| Intervention Rate |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비율 | 외부 도움 없는 자율작업 증가 |
| Backlog → Revenue | 수주가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 정도 | 수주잔고와 매출 동반 증가 |
| Gross Margin | 판매 후 실제 남기는 이익 | 양산 이후 마진 개선 |
| Cash Burn | 현금이 줄어드는 속도 | 분기 현금소진 감소·FCF 적자폭 축소 |
| Recurring Revenue | 로봇 판매 이후 반복되는 매출 | RaaS·유지보수·구독·소프트웨어 매출 증가 |
이 중에서도 유료 배치 대수와 개입률을 특히 보고 싶다. 한 대의 로봇으로 멋진 데모 영상을 만드는 일은 이미 가능하지만, 산업은 수천 대가 매일 현장에서 일할 때 만들어진다. 반대로 하드웨어 가격 하락이 멈추거나, 안전사고가 반복되거나, 대규모 수주 발표가 계속되는데 분기 매출로 넘어오지 않는다면 생각을 수정해야 한다.
처음 던진 질문으로 돌아오면, 지금 무엇을 사야 하느냐에 대해 내가 내린 답은 휴머노이드 완제품 한두 곳에 기대를 몰지 않는 쪽이다. 반도체와 센서, 액추에이터, 산업자동화, 시뮬레이션까지 밸류체인 전체에서 실제로 돈이 생기는 지점을 따라가려 한다. 기준은 하나로 유지할 생각이다. 영상보다 주문을 보고, 주문보다 매출을 보고, 매출보다 현금흐름을 본다. 다음 분기에 유료 배치 대수와 개입률 숫자를 공개하는 회사가 몇 곳이나 되는지부터 확인해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