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 글 CPI 주거비 35.3% — 집값 대신 임대료와 OER 에서 본 주거비는 임대계약이 갱신되고 임대료 표본에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외 다르게 식품과 에너지는 움직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거나 작황이 나빠지면 몇 주 또는 몇 달 사이에 주유소와 마트의 가격표가 달라질 수 있다. 2026년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는 전월보다 0.4%, 1년 전보다 3.4% 올랐다. 여기서 식품과 에너지를 포함한 전체 CPI를 보통 헤드라인 CPI(Headline CPI)라고 부른다.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지불하는 식료품과 휘발유, 전기요금, 주거비, 의료비 등 주요 소비 항목의 가격 변화를 모두 합친 물가지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4%였다. 헤드라인과 근원 CPI 사이에 1.0%포인트의 차이가 났다. 같은 달 에너지 가격이 전년보다 16.3% 상승한 영향이 컸다.
8월 CPI 3.4%, 근원 CPI 2.4%
8월 CPI에서 식품의 비중은 약 13.5%, 에너지는 7.3%였다. 두 항목을 합쳐도 전체의 21% 정도지만 가격 변동폭은 다른 항목보다 크다. 에너지는 전년보다 16.3%, 식품은 2.7% 올랐다.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이 계산한 12개월 CPI 기여도를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하다. 8월 전체 CPI 상승률 3.4% 가운데 식품의 기여도는 약 0.36%포인트, 에너지는 1.08%포인트,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약 1.95%포인트였다. 세 값을 더하면 전체 CPI 상승률과 거의 일치한다.

에너지 비중 7.3%, 물가 기여도 1.08%포인트
에너지는 CPI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보면 주거비보다 훨씬 작다. 그런데 가격이 큰 폭으로 움직이면 전체 CPI에 미치는 영향도 빠르게 커진다. 8월 에너지 가격은 전월보다 2.1%, 전년보다 16.3% 올랐다. 세부적으로 보면 휘발유는 전월 대비 3.9%, 전년 대비 27.4% 상승했고, 난방용 연료유는 1년 동안 52.0% 올랐다. 반면 전기요금은 전년보다 3.8%, 도시가스는 4.4% 상승했다. 에너지 안에서도 움직임의 차이가 상당히 컸다. 특히 8월 한 달 동안 휘발유 가격이 3.9% 오르면서 월간 CPI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CPI가 전월 대비 0.4% 올랐는데 휘발유 하나가 상당 부분을 설명한 것이다.

에너지와 휘발유, 연료유의 상승률이 식품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다. 같은 에너지 항목 안에서도 전기와 도시가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휘발유 가격은 원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미국 휘발유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원유가 10% 올랐다고 주유소 가격도 바로 10% 오르는 구조는 아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은 휘발유 가격을 크게 원유 가격, 정제 비용과 마진, 유통·판매 비용, 세금으로 나눈다. 2026년 5월 미국 보통 휘발유 가격에서 원유가 차지한 비중은 51.9%였고 정제 비용과 마진은 21.7%, 유통·판매는 14.8%, 세금은 11.5%였다. 원유가 가장 큰 부분이지만 나머지 비용도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정유시설이 부족하거나 정제마진이 급등하면 국제유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휘발유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반대로 원유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이미 높은 가격에 사둔 재고가 남아 있거나 유통 단계의 가격 조정이 늦으면 주유소 가격은 천천히 내려갈 수 있다. EIA도 도매가격 변화가 소매가격에 바로 반영되지 않고 시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CPI의 휘발유 가격을 볼 때는 국제유가 하나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원유 가격과 정제마진, 휘발유 도매가격, 실제 주유소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순서대로 보면 전달 과정이 더 잘 보인다.
유가 충격은 주유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에너지 가격은 휘발유와 전기요금처럼 CPI에 직접 들어가지만 다른 상품과 서비스의 비용에도 영향을 준다. 운송회사는 차량을 움직이기 위해 연료를 사용하고 항공사는 항공유를 사용한다. 농산물을 생산하고 가공해 마트까지 보내는 과정에도 에너지가 들어간다. 공장과 창고에서도 전기와 연료를 사용한다.
유가가 짧게 올랐다가 바로 내려간다면 기업이 일부 비용을 부담하면서 제품 가격을 그대로 둘 수도 있다. 높은 에너지 가격이 오래 지속되면 운송비와 생산비에 반영되고, 이후 상품과 서비스 가격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가 당장 움직이지 않았다고 해서 에너지 가격의 영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직접적인 휘발유 가격은 근원 CPI에서 빠지지만, 시간이 지나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된 부분은 근원물가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식품 2.7% — 장보기와 외식은 다르게 움직였다
8월 식품 가격은 전년보다 2.7% 올랐다. 이 가운데 집에서 먹는 식품 가격은 2.2%, 외식 가격은 3.4% 상승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장보기 물가는 변하지 않았지만 외식 가격은 0.3% 올랐다. 마트 가격과 외식 가격이 다르게 움직이는 것은 비용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파는 식품은 농산물과 원재료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음식점 가격에는 원재료 외에도 임금과 임대료, 전기·가스비, 배달과 운영비가 들어간다.
8월 세부 품목에서도 움직임은 제각각이었다. 달걀 가격은 한 달 동안 2.9% 올랐지만 과일과 채소는 0.4% 내렸고 상추는 6.2% 하락했다. 전체 식품지수만 보면 이런 차이가 평균 안에 묻힌다.
근원 CPI = 식품·에너지 제외
근원 CPI는 식품과 에너지를 뺀 물가지수다. 두 항목이 생활에서 중요하지 않아서 제외하는 것은 아니다. 식품과 에너지는 날씨와 국제유가, 전쟁과 공급차질, 작황 같은 요인에 따라 단기간에도 크게 움직인다. 8월만 해도 휘발유는 한 달 새 3.9% 올랐고 7월에는 2.9% 내렸다. 이런 변화가 그대로 들어오면 전체 CPI의 단기 방향도 크게 흔들린다.
근원 CPI에서는 이런 변동을 제거하고 주거비와 의료, 자동차, 각종 서비스처럼 가격 변화가 비교적 오래 이어지는 항목의 흐름을 본다. BLS도 식품과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많은 분석가와 정책당국이 식품·에너지 제외 지수를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헤드라인 CPI와 근원 CPI의 역할은 다르다. 헤드라인 CPI는 실제 생활비에 가까운 물가를 보여주고, 근원 CPI는 단기 충격을 걷어낸 뒤 물가 흐름이 얼마나 지속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사용한다.
8월 물가를 움직인 것은 에너지였다
8월 전체 CPI는 전월보다 0.4% 올랐지만 근원 CPI는 0.3% 상승했다. 식품은 0.1% 올라 월간 CPI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고, 에너지는 2.1% 상승했다. 그 안에서도 휘발유 가격 상승이 가장 컸다. 1년 기준으로도 비슷하다. 전체 CPI는 3.4%, 근원 CPI는 2.4%였고 에너지는 16.3% 상승했다. BLS의 기여도 계산에서는 에너지만으로 전체 CPI를 약 1.08%포인트 끌어올렸다.
이전 글의 주거비는 계약 갱신을 거치며 천천히 움직였고, 이번 편에서 다룬 에너지는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 변화가 빠르게 CPI에 들어왔다. 같은 CPI 안에서도 항목마다 반영 속도가 다르다. 9월 CPI는 10월 14일 발표된다. 8월 휘발유 가격 상승이 이어졌는지, 에너지 상승폭이 줄었는지, 근원 CPI가 2.4%에서 더 내려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음에는 소비자 가격보다 앞단에 있는 생산자물가지수(Producer Price Index, PPI)로 넘어간다. 기업이 원재료와 중간재, 서비스에 지불하는 가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면 CPI에 나타나기 전 비용 압력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