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 글 근원 CPI 2.4%·근원 PCE 3.0% — 같은 물가가 다르게 보이는 구조 에서는 CPI와 PCE 물가지수가 같은 미국 물가를 측정하면서도 포함하는 소비 범위와 비중이 달라 서로 다른 숫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봤다. 그중 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주거비다.
2026년 8월 CPI에서 주거비(Shelter)의 비중은 35.3%였다. 전체 CPI의 3분의 1이 넘는다. 실제 집세인 주거용 임대료(Rent of Primary Residence)가 7.7%, 자가주거비(OER, Owners' Equivalent Rent)가 25.9%를 차지했다. 같은 달 주거비는 전년보다 3.0%, 실제 집세는 2.7%, OER은 3.1% 올랐다.
미국 집값이 크게 움직였다는 뉴스는 자주 나오지만, 주택 매매가격은 CPI 주거비에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 CPI가 측정하는 것은 집이라는 자산의 가격이 아니라 그 집에서 생활하면서 얻는 주거 서비스의 가격이기 때문이다.
CPI 주거비 35.3%, 그중 OER 25.9%
8월 CPI의 주거비 비중을 나눠보면 OER이 가장 크다.

CPI 전체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5.3%다. 이 가운데 자가주거비(OER)가 25.9%, 실제 집세가 7.7%, 호텔 등 기타 주거비가 약 1.7%를 차지한다.
전체 CPI에서 OER 하나만 4분의 1이 넘는다. 따라서 OER이 빠르게 오르거나 내려가면 근원 CPI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반대로 식료품이나 일부 상품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OER과 집세가 계속 오르면 근원 CPI의 하락 속도는 느려질 수 있다.
주택 매매가격은 CPI 주거비에 넣지 않는다
집을 50만 달러에 샀는데 1년 뒤 55만 달러가 됐다면 집값은 10% 오른 것이다. 그렇다고 CPI 주거비가 10% 오르는 것은 아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Bureau of Labor Statistics)는 자가주택을 소비재가 아니라 자산 또는 투자재로 본다.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주식이나 채권처럼 자산을 사는 성격이 있고, CPI가 측정하려는 것은 집 자체의 가격보다 그 집에서 생활하면서 얻는 주거 서비스의 가격이다.
그래서 주택 매매가격은 CPI 주거비에서 제외된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재산세, 부동산 거래비용, 대부분의 유지·보수비와 주택 개량비도 자가주택의 자산 비용으로 분류돼 CPI의 주거 서비스 가격에는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
여기까지 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월세를 내는 사람은 실제 임대료가 있으니 가격을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집에서 사는 사람은 자신에게 월세를 내지 않는다. 이 부분을 계산하기 위해 만든 것이 OER다.
OER = 내 집을 빌린다면 받을 수 있는 임대료
자가주거비 (OER, Owners' Equivalent Rent)는 집주인이 실제로 지불하는 비용이 아니다. 쉽게 말하면 “내가 지금 사는 집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다면 월세가 얼마일까”를 이용해 자가주택에서 얻는 주거 서비스의 가격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매달 실제 월세를 내지 않더라도, 같은 지역의 비슷한 집을 빌리려면 월 2,000달러를 내야 한다고 해보자. 그 사람은 자기 집을 사용하면서 매달 2,000달러 상당의 주거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BLS는 1987년부터 이런 Rental Equivalence(임대료 등가 방식)를 CPI의 자가주택 주거비 계산에 사용하고 있다. 다만 OER의 매달 가격 변화를 집주인에게 직접 물어 계산하는 것은 아니다. 자가주택이 CPI에서 차지할 비중을 정할 때는 소비지출조사 (Consumer Expenditure Survey)에서 자가주택의 예상 임대료를 조사하지만, 실제 OER의 가격 변화는 임대주택에서 수집한 임대료 표본을 이용해 계산한다. 좀 복잡해지고 있긴한데, 즉 OER은 집값을 추적하는 지표가 아니라 임대시장에 나타난 임대료 변화를 이용해 자가주택의 주거 서비스 가격을 추정한 지표다.

주택 매매가격은 자산가격으로 분류돼 CPI 주거비에서 제외된다. 대신 실제 임대주택의 임대료 변화를 이용해 자가주택에서 제공되는 주거 서비스의 가격인 OER를 계산한다.
집값과 OER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여기까지 이해하면 집값이 먼저 내려갔는데도 CPI 주거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주택 매매가격은 현재 집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거래가격이다. 금리가 급등하거나 주택 수요가 줄면 비교적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임대료는 움직이는 방식이 다르다. 대부분 계약기간이 있고, 기존 세입자의 월세는 계약이 갱신되기 전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 새로 나온 임대주택의 월세가 내려가더라도 이미 계약된 수많은 기존 임대료가 한꺼번에 바뀌지는 않는다.
BLS의 CPI Housing Survey도 이런 임대시장 구조를 반영한다. 매달 약 8,000개의 임대주택 가격을 수집하고, 전체 주택 표본을 여섯 개 그룹으로 나눠 각 주택의 임대료를 6개월 간격으로 다시 조사한다.
예를 들어 1월에 월세가 2,000달러였던 집이 있다고 해보자. 주변의 신규 계약 월세가 봄부터 내려가기 시작해도 이 집의 계약이 그대로라면 CPI에 들어가는 임대료는 바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후 계약이 갱신되거나 조사된 임대료가 실제로 바뀌면서 그 변화가 지수에 들어온다.
그래서 신규 임대계약의 가격 변화가 먼저 나타나고, CPI의 집세와 OER는 그 변화를 여러 달에 걸쳐 천천히 반영할 수 있다. BLS도 신규 세입자의 임대료만 별도로 추적하는 연구지수를 따로 발표하고 있다.
집값 하락이 CPI 주거비 하락은 아니다
가령 미국 주택가격이 전년보다 5% 떨어졌다고 해보자. 이 숫자만 보고 다음 CPI의 주거비도 5%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하면 안 된다. 집값은 주택이라는 자산의 가격이고, CPI 주거비는 그 집에서 생활하면서 소비하는 주거 서비스의 가격이다. 측정 대상부터 다르다. 금리가 내려가 주택 매수 수요가 늘면 집값은 빠르게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임대료가 그대로라면 CPI의 OER가 같은 속도로 오를 필요는 없다.
반대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집값이 내려가더라도 기존 임대계약의 월세가 계속 오르고 있다면 CPI 주거비는 한동안 상승할 수 있다. 그래서 주택시장을 볼 때는 집값, 신규 임대료, CPI 실제 집세, OER를 서로 구분해야 한다.
| 지표 | 의미 |
| 주택가격 | 집이라는 자산의 거래가격 |
| 신규 임대료 | 새로 계약되는 임대주택의 현재 가격 |
| CPI 실제 집세 | 기존 계약까지 포함한 임대료 변화 |
| OER | 임대료 자료를 이용해 추정한 자가주택의 주거 서비스 가격 |
8월 주거비는 전년보다 3.0% 상승
2026년 8월 CPI 주거비는 전월보다 0.3%, 전년보다 3.0% 올랐다. 실제 집세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7%, OER는 각각 0.3%, 3.1% 상승했다.
| 2026년 8월 | 전월 대비 | 전년 대비 | CPI 비중 |
| 주거비 전체 | +0.3% | +3.0% | 35.3% |
| 실제 집세 | +0.2% | +2.7% | 7.7% |
| OER | +0.3% | +3.1% | 25.9% |
3%대의 상승률 자체는 코로나 이후 가장 높은 시기와 비교하면 많이 낮아졌지만, 주거비가 전체 CPI의 35%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물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크다. 특히 근원 CPI에서는 식품과 에너지가 빠진다. 주거비는 그대로 남아 있고 비중도 더 커지기 때문에 OER와 집세가 얼마나 빠르게 둔화되는지가 근원물가 흐름에 중요한 변수로 남는다.
주거비가 물가 하락을 늦게 따라오는 이유
시장 임대료의 변화는 기존 임대계약이 갱신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CPI의 실제 집세와 자가주거비(OER)에 점차 반영된다.
주택시장 변화 → 신규 임대료 변화 → 기존 임대계약 갱신 → CPI 집세 반영 → OER 반영
시장 임대료가 먼저 움직이고 기존 계약이 차례로 갱신되면서 CPI 집세와 OER에도 변화가 퍼진다. 이 구조 때문에 시장에서 관찰되는 신규 임대료가 이미 크게 둔화됐더라도 CPI의 주거비가 한동안 높은 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신규 임대료가 다시 빠르게 오르기 시작하더라도 공식 CPI 주거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CPI 발표에서 주거비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을 때는 집값만 확인해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실제 집세와 OER가 각각 얼마나 올랐는지, 그리고 최근 신규 임대료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이전 글 근원 CPI 2.4%·근원 PCE 3.0% — 같은 물가가 다르게 보이는 구조 에서는 CPI와 PCE 물가지수가 같은 물가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측정한다는 점을 봤고, 이번에는 CPI 안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주거비가 집값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계산된다는 점까지 이어졌다.
다음에는 물가에서 변동성이 가장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으로 넘어간다. 국제유가가 움직였을 때 CPI 전체에는 얼마나 빨리 반영되는지, 휘발유 가격과 근원물가를 왜 따로 보는지도 이어서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