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 글 임금 3.2%·단위노동비용 1.2% — 생산성이 인건비 상승분 일부 흡수 에서는 임금과 복리후생 비용이 오르더라도 생산성이 높아지면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단위노동비용은 그보다 적게 늘 수 있다는 것을 봤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업의 비용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를 확인할 때 미국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지표가 CPI와 PCE 물가지수다.
2026년 8월 미국 CPI(Consumer Price Index,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올랐다. 같은 달 PC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도 3.4% 상승했다. 헤드라인 숫자는 우연히 같았지만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하면 근원 CPI는 2.4%, 근원 PCE는 3.0%로 0.6%포인트 차이가 났다. 같은 달, 같은 미국 물가를 측정했는데 결과는 달랐다.
8월 헤드라인은 3.4%, 근원은 달랐다
8월 CPI는 전월보다 0.4%, 1년 전보다 3.4% 올랐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4%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동안 3.9% 오르면서 전체 CPI 상승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8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3%, 전년보다 3.4% 상승했다. 근원 PCE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0%였다.

드라인 CPI와 PCE 물가지수는 모두 전년보다 3.4% 올랐지만,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하면 근원 CPI는 2.4%, 근원 PCE는 3.0%로 차이가 났다.
이 숫자만 보면 둘 다 물가를 측정하는데 어느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두 지표 모두 맞다. 다만 포함하는 소비의 범위와 각 항목에 주는 비중, 계산하는 방법이 다르다. BEA는 CPI와 PCE 물가지수의 차이를 크게 계산식, 가중치, 범위, 그 밖의 가격·계절조정 차이로 구분한다.
CPI = 소비자가 직접 지불한 가격
CPI는 미국 노동통계국 BLS(Bureau of Labor Statistics, 미국 노동통계국) 가 발표한다. 도시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때 지불하는 가격이 시간에 따라 얼마나 변했는지를 측정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물가를 떠올릴 때 가장 가까운 지표도 CPI다. 식료품을 사고, 집세를 내고, 자동차 기름을 넣고, 병원비를 내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가격 변화를 중심으로 보기 때문이다.
각 항목의 비중은 미국 가구를 대상으로 한 Consumer Expenditure Survey(소비지출조사)를 이용해 정한다. 사람들이 돈을 많이 쓰는 항목일수록 CPI 전체 움직임에도 더 큰 영향을 준다.
주거비가 대표적이다. 2026년 7월 기준 CPI에서 shelter(주거비)의 비중은 약 35.3%였다. 집세와 자가주거비가 움직이면 CPI 전체 숫자에도 큰 영향을 주는 구조다.
PCE = 가계를 대신해 지불한 비용까지 포함
PCE 물가지수는 미국 상무부 산하 BEA(Bureau of Economic Analysis, 미국 경제분석국)가 계산한다.
여기서 가장 큰 차이가 하나 나온다. PCE는 내가 직접 지갑에서 낸 돈뿐 아니라 나를 대신해 다른 곳에서 지불한 비용도 소비에 포함한다. BEA는 PCE를 미국 거주자가 직접 구입한 상품과 서비스뿐 아니라 이들을 대신해 구입된 상품과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지표로 설명한다.
의료비를 예로 들면 차이가 쉽게 보인다.
병원 진료비가 100달러인데 내가 20달러를 내고 회사의 건강보험이 나머지를 부담했다고 해보자. CPI의 의료비 지출 비중은 기본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와 보험료를 중심으로 계산한다. 고용주가 대신 낸 보험료나 Medicaid(메디케이드, 저소득층 대상 공공의료지원 제도) 처럼 세금으로 전액 지원되는 의료지출은 가계의 직접 지출 비중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PCE는 범위가 더 넓다. 가계가 직접 낸 의료비 외에도 고용주가 건강보험을 통해 대신 지불한 비용, Medicare·Medicaid 같은 정부 의료지원 프로그램이 지불한 비용까지 포함한다.

CPI는 가계가 직접 지불한 소비를 중심으로 측정하고, PCE 물가지수는 가계의 직접 지출에 고용주와 정부 등이 가계를 대신해 지불한 비용까지 더 넓게 포함한다.
이 차이 때문에 의료비의 영향은 PCE에서 상대적으로 커지고, 주거비는 CPI에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같은 병원비와 같은 집세가 움직여도 두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가격도 비중이 다르면 결과가 달라진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어떤 물가지수가 주거비 40%, 의료비 10%, 나머지 소비 50%로 구성돼 있고 다른 지수는 주거비 20%, 의료비 20%, 나머지 소비 60%라고 해보자.
주거비가 크게 오르고 의료비가 안정적이라면 첫 번째 지수가 더 많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의료비가 빠르게 오르면 두 번째 지수가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실제로 CPI는 주거비의 상대적 비중이 PCE보다 크고, PCE는 의료비처럼 가계를 대신해 지불되는 소비까지 포함한다. BEA는 이런 차이를 weight effect(가중치 효과)와 scope effect(범위 효과)로 구분한다.
따라서 CPI가 PCE보다 항상 높거나, PCE가 항상 낮다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항목의 가격이 많이 움직였는지에 따라 둘의 차이는 달라진다. 2026년 8월에도 헤드라인은 둘 다 3.4%였지만 근원지표에서는 CPI 2.4%, PCE 3.0%로 PCE가 더 높았다.
소비 비중 변화는 PCE에 더 빨리 반영된다
계산 방법도 다르다. CPI는 상위 단계에서 modified Laspeyres(수정 라스파이레스) 방식의 고정된 지출 비중을 사용하고, PCE 물가지수는 Fisher-Ideal(피셔 이상지수) 방식으로 서로 인접한 기간의 소비 비중을 함께 사용한다.
말은 어렵지만 소비자가 행동을 바꾸는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쇠고기 가격이 크게 올라 사람들이 닭고기를 더 많이 사기 시작했다고 해보자. 물가를 계산할 때 계속 예전 소비 비중만 사용하면 쇠고기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 소비에서는 이미 닭고기의 비중이 커졌는데 지수에는 그 변화가 늦게 반영될 수 있다.
PCE는 소비 비중이 달라지면 그 변화를 가중치에 계속 반영한다. BEA는 PCE의 Fisher 방식에는 고정된 하나의 가중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접 기간의 지출을 이용해 가중치가 계속 변한다고 설명한다.
CPI도 소비자의 선택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세부 품목에서는 가격이 많이 오른 상품 대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행동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소비지출 비중도 정기적으로 갱신한다. 다만 주거비와 의료비처럼 큰 소비 항목 사이의 비중 변화를 반영하는 구조에서는 PCE가 더 빠르게 움직인다.
근원 CPI 2.4%·근원 PCE 3.0%
뉴스에서는 헤드라인 물가와 함께 Core CPI(근원 CPI), Core PCE(근원 PCE)도 자주 등장한다. 두 지표 모두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다.
식품과 에너지가 중요하지 않아서 빼는 것은 아니다. 이 두 항목은 날씨와 국제유가, 지정학적 상황 등에 따라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한두 달의 급등락이 전체 물가의 추세를 가릴 수 있기 때문에 기조적인 흐름을 확인할 때 별도로 계산한다. 연준도 물가의 지속성을 판단할 때 여러 근원지표를 함께 확인한다.
2026년 8월에는 이 차이가 특히 눈에 띈다.
| 2026년 8월 | 전월 대비 | 전년 대비 |
| CPI | +0.4% | +3.4% |
| 근원 CPI | +0.3% | +2.4% |
| PCE 물가지수 | +0.3% | +3.4% |
| 근원 PCE | +0.2% | +3.0% |
헤드라인만 보면 CPI와 PCE가 완전히 같은 3.4%다. 하지만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하면 0.6%포인트 차이가 난다. 같은 달의 물가도 무엇을 포함하고 각 항목에 얼마의 비중을 주는지에 따라 다른 숫자로 나타날 수 있다는 실제 사례다.
연준의 2% 기준은 PCE 물가지수
미국 물가뉴스에서는 CPI가 먼저 발표되고 시장 반응도 큰 경우가 많다. CPI는 소비자가 실제로 느끼는 주거비와 식료품, 에너지 가격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발표 시점도 PCE보다 앞선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가 장기 물가목표 2%를 판단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CPI가 아니라 PCE 물가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다. FOMC는 PCE 물가지수 기준 2%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목표에 가장 부합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준이 PCE를 사용하는 데는 앞에서 봤던 구조가 연결된다. PCE는 가계가 직접 낸 돈뿐 아니라 대신 지불된 소비까지 포함해 소비 범위가 넓고, 소비 구성이 변하면 가중치도 비교적 빠르게 조정된다. 연준도 PCE를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폭넓은 가계지출 범위를 들고 있다.
그렇다고 CPI가 덜 중요한 지표라는 뜻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CPI 발표 직후 금리와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연준도 CPI와 PPI를 포함한 여러 물가지표를 함께 본다. CPI와 PCE는 역할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하나만 보고 다른 하나를 버리는 방식으로 볼 필요는 없다.
8월 물가는 아직 2%보다 높다
현재 두 헤드라인 지표 모두 전년 대비 3.4%다. 연준의 장기 목표인 2%보다 1.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근원지표에서는 CPI가 2.4%, PCE가 3.0%로 차이가 있지만 어느 쪽을 보더라도 물가 압력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는 아니다.
다음 CPI 발표는 10월 14일이다. 9월 CPI와 근원 CPI가 나오면서 8월 이후 물가 흐름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 9월 PCE 물가지수는 10월 29일 발표될 예정이다.
임금 3.2%·단위노동비용 1.2% — 생산성이 인건비 상승분 일부 흡수 에서 본 흐름까지 다시 붙이면 아래와 같이 이어진다.
임금·보상 → 생산성 → 단위노동비용 → 기업 비용 → 소비자 가격
그리고 소비자 가격까지 왔을 때도 하나의 물가지표로 끝나지 않는다. CPI에서는 주거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PCE에서는 의료비처럼 가계를 대신해 지출되는 비용의 범위가 넓다.
다음에는 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와 OER(Owners' Equivalent Rent, 자가주거비)로 조금 더 들어간다. 집값이 오르는 것과 CPI의 주거비가 오르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닌데, 이 차이를 이해하면 미국 CPI가 생각보다 천천히 내려오는 경우도 훨씬 쉽게 설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