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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은 16만 명 늘었는데 519만 명 채용? JOLTS로 보는 미국 노동시장

by verywise 2026. 10. 2.

이전 글 일자리가 늘었는데 실업률은 왜 그대로일까: 미국 고용지표 읽는 법 에서 2026년 8월 미국 비농업고용이 16만2천 명 증가했다고 했다. 그런데 9월 29일 발표된 또 다른 고용자료를 보면 같은 8월에 519만 명이 새로 채용됐다.

16만 명과 519만 명은 차이가 너무 크다. 그래도 둘 다 맞는 숫자다. 비농업고용은 한 달 동안 생기고 사라진 일자리를 모두 더하고 뺀 최종 증가분이고, 이번에 볼 JOLTS는 그 과정에서 실제로 몇 명이 들어오고 몇 명이 나갔는지를 별도로 집계한다.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회사들이 100명을 새로 채용했지만 다른 한편에서 90명이 퇴사하거나 해고됐다면 일자리는 최종적으로 10명 늘어난다. 고용보고서에서는 10명 증가가 보이지만, 그 뒤에서는 100명이 들어오고 90명이 나가는 훨씬 큰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집계하는 자료가 JOLTS(Job Openings and Labor Turnover Survey, 구인·이직 보고서)다. 미국 노동통계국 BLS가 매달 발표하며, 기업의 구인부터 실제 채용과 퇴직, 해고까지 노동시장 안에서 사람이 오가는 흐름을 보여준다. 다만 고용보고서보다 한 달가량 늦게 나온다. 8월 고용보고서가 9월 4일에 나왔고, 8월 JOLTS는 9월 29일에야 발표됐다.

미국 국회의사당과 성조기를 배경으로 JOLTS 구인·이직 보고서와 NOW HIRING 채용공고가 보이는 미국 노동시장 이미지

구인과 채용, 퇴직과 해고는 서로 다른 숫자다

JOLTS에는 여러 자료가 있지만 처음에는 네 가지를 구분하면 된다.

구인건수(Job Openings)은 기업이 현재 사람을 뽑고 있는  자리 수다. 단순히 인터넷에 올라온 채용공고 수를 세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리가 비어 있고, 30일 안에 일을 시작할 수 있으며, 기업이 외부에서 사람을 찾고 있는 경우가 대상이 된다. BLS는 매달 마지막 영업일을 기준으로 이 숫자를 집계한다.

채용(Hires)는 한 달 동안 실제로 회사에 들어온 사람이다. 구인공고를 냈다고 모두 채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인건수와 채용은 서로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두 종류로 나눈다. 자발적 퇴직(Quits)은 근로자가 스스로 회사를 그만둔 경우이고, 해고·면직(Layoffs and Discharges)는 회사가 고용관계를 끝낸 경우다. 정리하면 구인건수는 월말 하루의 상태이고, 채용과 퇴직·해고는 한 달 동안 실제로 일어난 이동이다.

이 네 숫자를 놓고 보면 기업과 근로자가 각각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기업이 사람을 더 찾는지, 실제로 채용까지 하는지, 근로자가 회사를 옮길 자신이 있는지, 기업이 기존 직원을 줄이고 있는지를 하나씩 확인할 수 있다.

8월 구인건수는 708만 건으로 감소

2026년 8월 미국 구인건수는 707만9천 건이었다. 7월의 733만5천 건보다 약 25만6천 건 줄었고, 구인율도 4.4%에서 4.3%로 내려갔다. 기업이 새로 사람을 찾는 수요가 한 달 전보다 줄었다.

708만 건만 보면 여전히 일자리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이 숫자를 같은 달 실업자 수와 비교하면 지금 노동시장이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감이 잡힌다.

8월 미국 실업자는 약 703만 명이었고, 구인건수 708만 건을 실업자 수로 나누면 실업자 한 명당 열려 있는 일자리는 약 1.01개다.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하나 정도가 있는 셈이다.

코로나 이후 노동시장이 가장 뜨거웠던 2022년 3월 무렵에는 이 비율이 한때 2개 까지 올라갔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 한 명을 두고 기업 두 곳 정도가 경쟁했던 시기다. 지금은 구직자 한 명에 일자리 하나 수준까지 내려왔다.

미국 실업자 1명당 구인건수가 2022년 약 2개에서 2026년 8월 약 1.01개로 낮아진 모습을 비교한 그래프
미국 실업자 1명당 구인건수 변화

 

구인건수가 줄었다고 바로 대규모 고용감소가 시작됐다는 뜻은 아니다. 구인공고는 기업이 앞으로 사람을 얼마나 더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이고, 실제로 사람이 들어오고 나간 흐름은 채용과 해고에서 따로 봐야 한다.

구인 708만 건, 실제 채용은 519만 명이었다

8월 실제 채용은 519만2천 명으로 7월보다 4만6천 명 늘었다. 채용률도 3.2%에서 3.3%로 올랐다. 구인건수는 줄었지만 그달 실제로 회사에 들어간 사람은 조금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서 구인건수와 채용의 차이가 분명해진다. 기업의 구인 공고 자리 수가 708만 개라고 해서 그달에 708만 명을 모두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할 수도 있고, 채용절차가 다음 달까지 이어질 수도 있으며, 기업 사정이 바뀌어 채용 자체가 미뤄질 수도 있다.

그런데 519만 명이 새로 취업했다면 일자리가 늘었는데 실업률은 왜 그대로일까: 미국 고용지표 읽는 법 에서 본 비농업고용은 왜 16만2천 명밖에 늘지 않았을까.

같은 8월에 자발적 퇴직과 해고, 은퇴 등을 모두 합친 전체 이직(Total Separations)도 507만 명이었다. 수백만 명이 새 회사에 들어가는 동안 다른 쪽에서도 수백만 명이 직장을 떠났다. 채용 519만2천 명에서 이직 507만 명을 빼면 약 12만2천 명이 남는다.

이 12만2천 명은 비농업고용 증가분 16만2천 명과 비슷한 방향이지만 정확히 같지는 않다. 두 자료는 조사 표본과 방식이 다르고, JOLTS 8월 숫자는 아직 잠정치다. JOLTS의 채용은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재는 숫자로 쓰기보다, 한 달 동안 노동시장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움직였는지를 보여준다고 보면 된다.

자발적 퇴직의 감소

JOLTS에서 눈여겨볼 숫자 가운데 하나가 자발적 퇴직이다. 8월 자발적 퇴직은 306만6천 명, 퇴직률은 1.9%였다. 7월보다 2만3천 명 줄었지만  전월과 큰 차이는 없었다.

사람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려면 어느 정도 자신감이 필요하다. 지금 회사를 나와도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이미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노동시장이 뜨거웠던 2021~2022년에는 자발적 퇴직이 크게 늘었다. 더 높은 임금을 주는 회사로 옮기려는 사람이 많았고 기업은 기존 직원을 붙잡기 위해 임금을 올려야 했다.

지금은 당시보다 사람의 이동이 크게 줄었다. 자발적 퇴직률 1.9%는 근로자들이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직장을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회사를 옮기며 임금을 올리는 사람이 줄면 기업이 임금을 올려야 하는 압력도 약해진다. 12화에서 본 평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1년 전보다 3.1%에 그친 것과도 같은 방향의 움직임이다.

구인은 줄었지만 해고도 줄었다

8월 해고·면직은 164만1천 명으로 7월보다 6만1천 명 줄었다. 해고율도 1.1%에서 1.0%로 내려갔다.

구인건수가 줄었다면 기업이 사람을 대거 줄이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숫자는 그렇지 않았다. 새로 사람을 찾는 기업은 줄었지만 이미 고용하고 있는 직원을 적극적으로 해고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현재 미국 노동시장을 두고 'low hire, low fire', 즉 채용도 많지 않고 해고도 많지 않은 상태라고 부른다. 이미 직장이 있는 사람에게는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이지만 새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에게는 취업 기회가 예전보다 줄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8월의 네 숫자를 한 화면에 놓으면 이 차이가 더 잘 보인다.

026년 8월 미국 JOLTS의 구인건수 708만 건, 채용 519만 명, 자발적 퇴직 약 310만 명, 해고·면직 164만 명을 비교한 그래프
2026년 8월 미국 JOLTS 주요 지표 (괄호는 7월 대비), BLS JOLTS 9.29 발표, 계절조정, 8월은 잠정치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빠르게 늘리지 않고 있고, 근로자도 예전만큼 회사를 옮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업이 기존 직원을 대규모로 줄이고 있는 것도 아니다.지금 숫자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사람의 이동 자체가 줄었다는 점이다. 직장을 가진 사람은 그대로 남고, 기업은 채용을 서두르지 않으며, 근로자는 새 회사로 옮기는 데 조심스러워졌다.

고용보고서와 JOLTS를 함께 놓고 보면

8월 고용보고서에서는 비농업고용이 16만2천 명 늘었고 실업률은 4.1%였다. 그 숫자만 보면 미국 고용은 7월보다 좋아졌다.

JOLTS에서는 그 뒤의 움직임이 조금 더 자세하게 나타난다. 기업의 구인건수는 줄었지만 실제 채용은 조금 늘었고, 해고는 오히려 감소했으며 근로자의 자발적 퇴직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고용보고서는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주고, JOLTS는 그 결과가 만들어지는 동안 기업과 근로자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여준다.

앞에서 이어온 흐름에 넣으면 기업이 사람을 찾고 실제로 채용한 결과가 고용과 임금으로 나타나고, 그 임금이 가계 소득이 되어 소비로 이어진다.

구인 → 채용 → 고용·임금 → 소득 → 소비

 

기업의 구인이 계속 줄고 실제 채용까지 약해지면 시간이 지나 비농업고용과 임금에도 영향이 가고, 이후 가계 소득과 소비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8월에는 구인건수가 줄었지만 채용은 조금 늘었고 해고도 감소했다. 아직 기업들이 기존 직원을 빠르게 줄이는 단계까지 가지 않았다. 앞으로 구인과 채용이 더 줄어든 뒤 해고까지 증가한다면 노동시장의 분위기는 지금과 달라진다.

그 변화를 JOLTS보다 더 자주 확인할 수 있는 숫자가 있다. 직장을 잃은 사람이 실업급여를 처음 신청한 건수를 매주 집계하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Initial Jobless Claims) 로 다음 글에서 월간 고용지표 사이에 매주 발표되는 이 숫자가 시장에 어떤 신호를 주는지 이어서 정리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