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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늘었는데 실업률은 왜 그대로일까: 미국 고용지표 읽는 법

by verywise 2026. 9. 30.

미국 도심에서 출근하는 사람들과 함께 비농업고용 16만2천 명 증가, 실업률 4.3%, 평균 시간당 임금 0.3% 상승이 표시된 미국 고용보고서 화면과 신문이 보이는 이미지.
2026년 8월 미국 고용보고서와 노동시장

 

미국 소비를 볼 때 소매판매와 PCE만큼 소득도 중요하다고 했다. 소득에는 사업소득과 이자·배당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계에서는 일을 하고 받는 임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자리가 늘고 임금이 꾸준히 오르면 소비를 이어갈 여력도 커지고, 고용이 약해지면 시간이 지나면서 소득과 소비에도 영향이 간다.

미국 고용보고서에는 비농업고용과 실업률, 임금, 노동시장 참여율이 한꺼번에 나온다. 그런데 이 숫자들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2026년 8월에는 비농업고용이 16만2천 명 늘었지만 실업률은 4.1%로 그대로였고, 노동시장 참여율은 61.6%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시간당 임금도 0.3% 올랐다.

일자리가 16만 명 넘게 늘었는데 실업률은 왜 내려가지 않았을까.

비농업고용과 실업률은 서로 다른 조사에서 나온다

미국 고용보고서는 사업체 조사와 가구 조사, 성격이 다른 두 조사를 묶어놓은 결과물이다.

Establishment Survey(사업체 조사)는 기업과 정부기관의 급여자료를 조사한다. 여기에서 Nonfarm Payrolls(NFP, 비농업고용)과 평균 시간당 임금, 근로시간이 나온다.

Household Survey(가구 조사)는 약 6만 가구를 대상으로 사람들이 현재 일을 하고 있는지, 일자리를 찾고 있는지를 묻는다. 실업률과 노동시장 참여율은 이 조사에서 계산한다.

구분 사업체 조사 가구 조사
조사 대상 기업·정부기관 가구
대표 지표 비농업고용, 임금, 근로시간 실업률, 취업자, 노동시장 참여율
무엇을 세나 급여가 지급되는 일자리 사람의 취업·실업 상태

 

사업체 조사는 약 11만9천 개 기업과 정부기관의 62만2천여 개 사업장을 조사한다. 미국 전체 비농업 일자리의 약 26%가 표본에 들어갈 만큼 규모가 크다. 가구 조사는 조사 범위가 더 넓어서, 자영업자와 농업 종사자 등 사업체 조사에서는 빠지는 사람도 포함한다.

두 조사가 세는 대상도 다르다. 한 사람이 두 회사에서 일한다면 사업체 조사에서는 일자리 두 개로 잡히지만, 가구 조사에서는 취업자 한 명으로 계산된다. 그래서 비농업고용이 크게 늘어난 달에도 실업률이 같은 폭으로 내려가지는 않는다.

미국 고용보고서에서 사업체 조사로 비농업고용과 임금, 근로시간을 산출하고 가구 조사로 실업률과 노동시장 참여율을 산출하는 구조를 보여주는 도식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고용보고서 구성
시티 포스트 오피스 였던 포스 털 스퀘어 빌딩은 1914년 완공부터 1986년까지 워싱턴 DC 시의 주요 우체국 역할을 했으며 현재는 국립 우편 박물관 , 노동 통계국 , 미국 상원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노동통계국(BLS)이 자리한 포스털 스퀘어 빌딩, By AgnosticPreachersKid at English Wikipedia,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0098328

 

비농업고용 16만2천 명은 어떤 숫자일까

2026년 8월 미국 비농업고용은 전월보다 16만2천 명 늘었다. 7월의 2만1천 명보다 크게 늘었고, 직전 12개월 월평균 증가폭인 3만1천 명도 크게 웃돌았다. 음식점과 주점에서 5만9천 명, 지방정부 교육 부문에서 4만2천 명이 늘었고 제조업에서도 1만6천 명 늘었다.

8월 숫자만 보면 고용이 크게 좋아진 모습이다. 다만 6월 증가폭은 3만1천 명, 7월은 2만1천 명이었고, 8월까지 석 달 평균은 약 7만1천 명이었다. 한 달에 16만2천 명 늘어난 것은 분명한 반등이지만, 최근 몇 달 전체가 같은 속도로 일자리를 만들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용 숫자는 발표 뒤에도 바뀐다. 이번 8월 보고서에서 6월은 기존 2만 명 증가에서 3만1천 명 증가로, 7월은 2만3천 명 감소에서 2만1천 명 증가로 수정됐다. 두 달을 합치면 처음 발표됐던 숫자보다 5만5천 명 많아졌다. 기업에서 뒤늦게 들어온 자료와 계절조정이 반영되면서 이전 숫자가 다시 계산되기 때문이다.

비농업고용은 이번 달 숫자 하나만 보면 흐름을 놓치기 쉬운데, 지난 몇 달 증가폭이 커지고 있는지 줄어들고 있는지, 이전 발표가 어느 방향으로 수정됐는지를 같이 봐야 실제 고용 흐름을 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실업률이 4.1%에서 움직이지 않은 배경

8월 실업률은 4.1%로 7월과 같았다. 그런데 가구 조사에서는 취업자가 56만9천 명 늘었다. 경제활동인구가 그대로였다면 취업자가 이만큼 늘어난 만큼 실업자가 줄고, 실업률도 같이 내려갔어야 맞다.

여기에는 경제활동인구의 변화가 들어 있다. 실업률은 미국 성인 전체 가운데 실업자가 몇 명인지를 계산하는 비율이 아니다.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사람과, 일을 하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을 합친 Labor Force(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8월에는 경제활동인구가 전월보다 약 68만3천 명 늘었다. 취업자가 크게 늘었지만 새로 일자리를 찾기 시작한 사람도 경제활동인구에 들어오면서 실업자 수가 약 11만5천 명 늘었고, 실업률은 4.1%에 머물렀다.

간단한 숫자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경제활동인구 100명 가운데 96명이 취업하고 4명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면 실업률은 4%다. 그런데 새로운 사람이 노동시장에 들어와 일자리를 찾기 시작하면, 취업자 수가 늘어도 실업률은 바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반대 상황도 가능하다. 일을 구하던 사람이 구직을 포기하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실업자로 계산되지 않을 수 있다. 취업자가 한 명도 늘지 않았는데 실업률만 내려가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노동시장 참여율에서 보이는 것

이 변화는 Labor Force Participation Rate(노동시장 참여율)에서 확인된다. 16세 이상 민간 비제도 인구(군인과 시설 수용자를 뺀 민간인 전체) 가운데 현재 일을 하고 있거나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다.

8월 노동시장 참여율은 61.6%로 7월의 61.4%보다 0.2%포인트 올랐다. 노동시장으로 들어온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다. 다만 1월과 비교하면 아직 0.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실업률이 내려갈 때도 참여율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같이 보면 상황이 달라 보인다. 사람들이 새로 취업하면서 실업률이 내려갔다면 고용시장이 좋아진 쪽에 가깝지만 구직을 포기하고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지면서 실업률이 내려갔다면, 같은 숫자를 곧바로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8월에는 참여율이 오르면서 취업자도 늘었다. 노동시장으로 사람이 다시 들어오는 과정에서 실업자 수도 조금 늘어, 실업률은 그대로였다. 4.1%라는 숫자 자체는 같았지만 그 안에서는 취업자와 경제활동인구가 모두 크게 움직였다.

임금 0.3% 상승, 실질 구매력은 0.1% 줄었다

일자리가 늘어도 임금이 따라오지 않으면 가계 소득이 크게 늘기 어렵다. 8월 미국 민간부문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37.75달러로 전월보다 0.3%,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도 34.3시간에서 34.4시간으로 조금 늘었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4% 올랐다. 임금은 0.3% 올랐지만 물가가 그보다 0.1%포인트 더 오른 셈이다. BLS가 물가를 반영해 계산한 실질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월보다 0.1%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0.3% 낮았다.

이전 글 📝 미국 소비는 정말 강한가: 소매판매·PCE·개인소득 읽는 법 에서 명목 PCE와 실질 PCE를 구분했던 것과 같은 계산이다. 받는 돈이 늘었더라도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르면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는 늘지 않는다.

시간당 임금이 100달러에서 100.3달러로 0.3% 올랐다고 해보자. 같은 기간 물가가 0.4% 올랐다면 통장에 찍히는 임금은 많아졌지만 실제 구매력은 조금 줄어든다. 임금 상승률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 임금까지 봐야 소비를 받쳐주는 실제 여력이 보인다.

2026년 8월 미국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월보다 0.3% 올랐지만 소비자물가가 0.4% 오르면서 실질 시간당 임금은 0.1% 줄어든 모습을 막대그래프로 비교
2026년 8월, 임금과 물가의 전월 대비 변화, 시간당 임금은 올랐지만 물가가 더 빠르게 올라 실질 구매력은 줄었다.

 

근로시간까지 넣으면 그림이 조금 달라진다. 8월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늘면서 실질 주간임금은 전월보다 0.2% 늘었다. 시간당 구매력은 줄었지만 일한 시간이 늘어서 한 주 동안 받는 실질 임금은 오히려 증가했다.

소비에 쓸 수 있는 돈은 시간당 임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를 받고 몇 시간을 일했는지가 합쳐져 한 달 소득으로 이어진다.

8월 고용보고서가 보여준 서로 다른 움직임

8월에는 비농업고용이 16만2천 명 늘었고 취업자도 늘었다. 노동시장 참여율도 오르고 실업률은 4.1%를 유지했다. 7월보다 고용 숫자가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다만 최근 몇 달의 고용 증가폭은 8월 한 달보다 작았고, 노동시장 참여율은 올해 1월보다 여전히 낮다. 명목 임금은 계속 늘고 있지만, 8월에는 물가가 임금보다 더 빠르게 오르면서 시간당 실질임금은 줄었다.

비농업고용은 기업이 만든 일자리의 변화를 보여주고, 실업률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 가운데 취업하지 못한 비율을 보여준다. 참여율은 노동시장에 들어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임금은 그 일자리가 가계 소득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네 숫자가 각자 다른 부분을 비추기 때문에, 한 지표만 보고 고용시장 전체를 판단하면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

이전 글 📝 미국 소비는 정말 강한가: 소매판매·PCE·개인소득 읽는 법 에서 봤던 소비도 여기서 다시 연결된다. 일자리가 꾸준히 늘고 실질 임금도 늘어난다면 가계는 소득을 바탕으로 소비를 이어갈 수 있다. 반대로 고용 증가가 약해지고 실질 임금까지 줄어드는 기간이 길어지면,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저축을 더 줄이거나 부채에 의존하는 가구가 늘어날 수 있다.

고용보고서는 이미 만들어진 일자리와 현재 실업 상태를 보여준다. 기업들이 앞으로 사람을 더 뽑으려고 하는지는 이 보고서만으로는 다 파악할 수 없다. 구인공고가 줄고 채용이 둔화되거나, 근로자들이 더 좋은 직장을 찾아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는 움직임이 줄어들면 고용보고서보다 먼저 노동시장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JOLTS(Job Openings and Labor Turnover Survey, 구인·이직 보고서)의 구인건수와 채용, 자발적 퇴직, 해고를 연결해 미국 기업과 근로자의 움직임을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