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서면, 새로 채권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만기 수익률(이자 수익)도 그만큼 매력적인 수준으로 높아진다. 하지만 물가 불안이나 재정적자 우려로 금리가 추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채권 가격이 떨어지며 주식과 장기 국채가 함께 폭락하는 이중 손실을 겪을 수 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단기국채 역시 달러 자산이므로 원화로 환산해 회수하는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 하락(원화 강세) 시 환차손으로 인해 손실을 볼 수 있다. 결국 주식 포트폴리오 옆에 어떤 자산을 나란히 배치할지는 단순히 적혀 있는 예상 수익률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실제로 찾아 써야 하는 시점(투자 시계)과 최악의 상황에서 감당할 수 있는 최대 손실 폭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해야 한다.
이전 글 미국 국채금리 5%, 실질금리 상승과 주식시장 부담 에서는 장기금리가 급등한 구조적 배경과 그것이 주식 밸류에이션에 미치는 파급 효과, 그리고 향후 6~12개월 및 3~5년의 거시적 시나리오를 다루었다. 시장에는 여전히 물가 안정, 경기 침체, 고금리 장기화라는 상반된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다. 만약 이 중 어느 한쪽의 시나리오가 반드시 들어맞아야만 버틸 수 있는 단방향 자산배분 전략을 취한다면, 시장의 방향이 예상을 조금만 빗나가도 포트폴리오 전체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된다.
장기채가 주식 손실을 줄여주는 조건
소비가 꺾이고 기업 매출이 줄어드는 전형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기업 실적 악화로 주가가 하락하기 쉽다. 하지만 이때 인플레이션이 함께 진정되고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다면, 시장 국채금리가 떨어지면서 반대로 장기 국채 가격은 크게 상승한다. 이 경우 장기 국채에서 얻은 매매 차익이 주식 평가손실을 상쇄해 주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방어막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
반면 국제 유가 급등이나 공급망 차질 등으로 물가가 치솟는 '공급 충격발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과 대출이자 비용이 동시에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으며 주가가 떨어지고, 채권 투자자들은 물가 불안과 추가 금리 인상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수익률)를 요구하게 된다. 그 결과 국채금리가 뛰면서 채권 가격마저 폭락해 주식과 장기 국채가 나란히 하락하는 동반 충격을 맞이하게 된다. 이럴 때는 두 자산을 나누어 담았더라도 분산투자 효과가 급격히 퇴색된다.
예컨대 포트폴리오를 주식 70%, 장기 국채 30%로 구성했다고 가정하면 거시경제 환경에 따른 체감 손익 차이는 극명하게 갈린다.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정상적인 경기 침체기에는 채권 가격 상승이 든든한 완충 장치가 되어주지만, 물가 충격이 동반된 고금리 국면에서는 주식 손실에 채권 손실까지 얹어지는 최악의 이중고를 겪게 된다. 따라서 "장기 국채가 주식의 하락을 막아준다"는 명제에는 반드시 '물가 안정과 금리 하락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전제 조건이 붙는다.
또한 주식 70% 비중 내부에서도 빚(차입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기업이나, 먼 미래의 장밋빛 기대감만으로 비싸게 거래되는 고평가 성장주에 자금이 쏠려 있지 않은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본업에서 벌어들인 영업현금흐름에서 공장 증설이나 장비 구매 같은 설비투자비(CapEx)를 차감하고 남은 '잉여현금흐름(FCF)'이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는 기업은, 고금리 시기에도 외부 대출이나 유상증자에 손벌리지 않고 자체 자금으로 위기를 버텨낼 수 있다. 다만 아무리 현금 창출력이 탄탄한 우량 기업이라 할지라도 처음 매수한 주가 자체가 과도하게 비싸다면 밸류에이션 조정에 따른 손실을 피할 수 없다. 겉으로는 주식 70%를 여러 종목에 골고루 분산해 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비슷한 금리 위험과 차입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 종목들만 모아둔 상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의 이자와 계좌 수익률은 다르다
채권의 '표면금리(쿠폰 금리)'는 처음 발행할 때 증서에 적힌 액면 원금을 기준으로 약속한 정기 이자의 비율이다. 반면 '만기수익률(YTM)'은 시장에서 채권을 실제로 사들인 매수 가격과 앞으로 만기까지 받게 될 모든 이자 및 원금을 종합하여 계산한 최종 수익률이다. 뉴스나 시황에서 흔히 언급하는 '국채금리'는 대부분 이 만기수익률을 가리키며, 정기적으로 받은 이자를 어떤 금리로 재투자했는지, 만기 전에 중간 매도했는지, 그리고 세금과 거래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에 따라 투자자가 계좌에서 확인하는 실제 수익률은 달라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액면가 100만 원에 매년 5만 원(표면금리 5%)의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시장에 새로 나온 동일한 만기와 신용도를 가진 채권이 100만 원에 6만 원(표면금리 6%)의 이자를 준다면, 기존 채권은 가격을 100만 원보다 깎아서 싸게 팔아야만 새로운 구매자를 찾을 수 있다. 기존 채권에 적혀 있는 5만 원이라는 약속된 이자는 단 1원도 변하지 않았지만, 시장 금리가 오르는 순간 채권의 거래 가격 자체가 떨어지는 원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시장금리가 변할 때 채권 가격이 얼마나 민감하게 출렁이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지표가 '듀레이션(Duration)'이다. 예컨대 수정 듀레이션이 10년인 채권이라면, 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채권 가격은 대략 10% 하락하고 반대로 1%포인트 내릴 때는 10% 상승하는 것으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채권의 잔존만기와 이자 지급 주기 등이 듀레이션의 크기를 결정하며, 다른 조건이 같다면 대체로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 변화에 훨씬 더 민감하게 요동친다. 다만 이 계산식은 선형적인 근삿값이므로, 금리의 변동 폭이 매우 클 때는 실제 가격 변동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표면금리와 매수 시점의 만기수익률이 모두 연 5%인 고정금리 국채를 액면가에 매수했다고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다. 이자는 6개월마다 받으며, 매수 직후 다른 변수 없이 시장금리만 4%로 하락하거나 6%로 상승했다고 설정했다. 아직 이자를 실제로 수령하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발생하는 가치 변화는 제외한 순수 가격 충격이다.

이 계산 결과를 보면 만기가 긴 장기채일수록 1년 치 이자 수익보다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손실이 훨씬 더 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30년물의 경우,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채권 가격의 하락 폭이 연간 받는 이자율(5%)을 크게 웃돈다. 연 5%라는 높은 이자를 따박따박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 가격 폭락으로 인해 투자 계좌의 전체 평가금액은 크게 깎여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개별 국채를 매수해 만기까지 들고 간다면, 국가가 부도나지 않는 한 약속된 액면 원금을 온전히 돌려받는다. 하지만 시장에서 실제로 매수한 가격이 액면가보다 비쌌을 수도 있고, 만기 전에 목돈이 필요해 중간에 매도한다면 그 시점의 폭락한 시장가격을 그대로 감당해야 한다. 설령 만기까지 버텨 원금을 온전히 회수하더라도, 그동안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인해 돈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들거나 달러 환율이 떨어져 손실을 보는 위험은 여전히 남는다.
더욱이 개인이 많이 투자하는 일반적인 장기국채 상장지수펀드(ETF)는 정해진 만기 범위(예: 20년 이상)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오래된 채권을 팔고 새 채권을 채워 넣는다. 대표적인 미국 장기국채 ETF인 TLT의 경우, 잔존만기가 20년을 넘는 채권 지수만을 추종하기 때문에 투자 원금을 돌려주는 '최종 만기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오래 들고 있으면 언젠가 원금이 자동으로 회복될 것이라 믿고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국채만을 100% 담고 있는 안전한 펀드라 할지라도, 고금리 국면에서는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최근 출시되는 '만기 매칭형(존속기한형) 채권 ETF'는 특정 청산 시점을 정해두고 포트폴리오 채권들의 만기가 다가오도록 운용한다는 점에서 일반 장기채 ETF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만기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자의 매수 원금을 무조건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최종 청산 시점에 돌려받는 금액은 편입된 채권의 실제 상환 여부와 운용 기간의 재투자 성과, 보수 비용에 따라 달라지므로 각 상품의 구체적인 약관과 구조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달러 단기국채도 원화 기준으로는 손실이 날 수 있다
미국 단기국채는 만기가 짧아 원금을 돌려받는 시점이 가깝기 때문에 장기채에 비해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출렁임이 매우 작다. 하지만 환율 변동 위험을 없애주는 '환헤지(Currency Hedging)'를 하지 않은 상태라면,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이 국내 투자자의 최종 원화 손익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 있다. 미국 단기국채를 들고 있으면서 달러 기준으로는 약속된 이자를 꼬박꼬박 챙기더라도, 달러 가치가 원화 대비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원화 강세) 이를 원화로 환산했을 때 계좌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손실이 찍히게 된다.
예컨대 원화 100만 원을 달러로 환전하여 투자한 뒤, 1년 동안 국채 이자와 가격 상승을 합쳐 달러 기준으로 5%의 수익을 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그 1년 사이에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했다면, 투자금을 원화로 되바꿨을 때 쥐게 되는 최종 금액은 '100만 원 × 1.05 × 0.90 = 94만 5,000원'이 된다. 미국 현지에서는 달러 기준으로 5%를 벌었지만, 한국 투자자의 통장에는 5.5%의 원화 손실이 남는 셈이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 내에 일상생활이나 사업 목적으로 원화로 찾아 써야 하는 돈이라면, 환율 변동에 노출되지 않도록 원화 현금이나 만기가 짧은 원화 채권으로 보관하는 편이 지출 목적에 부합한다. 반면 당장 환전할 계획 없이 향후 미국 주식을 추가 매수하기 위해 대기 중인 자금이라면, 달러 단기국채에 파킹해두고 연 4~5%대 이자를 받으며 기회를 엿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국 투자 자산을 언젠가 원화로 바꿔서 회수할 것인지, 아니면 달러 형태로 계속 재투자할 것인지에 따라 동일한 환율 변동이라도 그 의미와 무게가 완전히 달라진다.
미국 국채의 순수한 가격 변동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환율 변동을 차단한 '환헤지(H)' 상품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환헤지 상품은 환율에 따른 손실 위험을 막아주는 대신, 국가 간 금리 차이에 따른 헤지 프리미엄(비용)과 운용 보수가 수익률에서 지속적으로 차감된다. 따라서 미국 국채금리가 5%라고 해서 환헤지 ETF에서도 원화 기준 5%의 수익률을 온전히 얻을 수 있다고 단순 계산해서는 안 된다.
이미 포트폴리오에 미국 주식을 상당 비중 담고 있는 투자자라면, 환헤지를 하지 않은 달러 국채를 추가로 편입할 때 전체 자산의 환율 민감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통상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는 달러 강세가 나타나 주식의 평가손실을 일부 메워주는 안전판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모든 시장 국면에서 환율이 항상 주가 하락을 완벽히 방어해 주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내 포트폴리오의 방어자산에 '환율 변동 위험'까지 함께 얹을 것인가는, 현재 들고 있는 주식의 성격과 최종적으로 그 돈을 소비할 기준 통화가 무엇인지를 종합하여 판단해야 할 문제다.
국채를 고를 때는 발행 국가의 재정도 봐야 한다
'국채'라는 같은 이름을 달고 있다고 해서 모든 국가의 위험 수준이 같을 수는 없다. 프랑스의 2026년 2분기 말 기준 일반정부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9.0%에 달했다. 1분기의 117.5%에서 더 높아진 수치로, 유럽연합의 마스트리히트 기준에 따라 프랑스 통계청이 공식 집계한 결과다. 다만 앞서 살펴본 미국 연방부채 전망치는 연방정부 부채만을 다룬 것이어서, 지방정부와 사회보장기금까지 포괄하는 프랑스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과 숫자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모닝스타 DBRS는 9월 18일 프랑스의 장기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전격 하향 조정했다. 정국 혼란으로 인해 의회에서 재정 적자를 줄이는 데 필요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이에 따라 국가부채 비율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을 위험이 커졌다는 진단이었다. 신용등급 자체가 실제로 강등된 것과 향후 강등 가능성을 경고하는 '전망 하향'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지만, 시장의 경계감을 키우기에는 충분한 신호다.
시장금리가 올랐다고 해서 정부가 과거에 발행해 둔 기존 고정금리 국채의 이자가 당장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만기가 돌아온 기존 빚을 상환하기 위해 새 채권을 차환 발행하거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추가로 빚을 낼 때 훨씬 높아진 금리가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정부의 이자 지급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지출 구조조정이나 세수 확충을 통한 재정 건전화가 요원한 상태에서 이자 비용마저 폭증한다면, 투자자들은 빌려준 돈을 떼일 위험을 감안해 정부에 한층 더 높은 금리(수익률)를 요구하게 된다.
채권 시장에서 특정 국가의 국채가 유독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면, 이는 매력적인 기회라기보다 해당 국가의 재정 파탄 위험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이런 국채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찾아와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바람이 불더라도, 해당 국가의 고유한 재정 위기나 부도 위험이 해소되지 않는 한 채권 가격이 기대만큼 반등하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주식 하락을 방어할 채권 자산을 고를 때는 단순히 만기의 길이와 거래 통화(달러·원화)만 따질 것이 아니라, '과연 어느 정부에 내 돈을 빌려주고 있는가'라는 국가의 기초 신용 체력을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한다.
방어자산 30%에 서로 다른 역할을 맡기는 예시
투자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생활비와 비상자금을 별도로 확보해 둔 장기 투자자를 가정했다. 포트폴리오의 중심축인 주식 70% 비중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30%의 방어자산을 '유동성 확보', '금리 하락 방어', '상관관계 분산'이라는 3가지 역할로 나누어 배치하는 예시 모델이다. 아래의 비중은 각 자산군의 상호보완적 역할을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설정한 예시 수치이며, 특정 금융기관의 공식 권고안이나 백테스트를 통한 최적화 결과는 아니다.
| 자산 | 비중 | 역할 | 위험 |
| 글로벌 분산 주식 | 70% | 장기 기업 이익 성장에 참여 | 실적 악화·높은 매수가격·주가 하락·환율 |
| 원화 현금·단기 예금 | 5% | 필요할 때 쓸 돈과 매수 대기자금 |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감소 |
| 원화 단기 국채 | 5% | 가격 변동을 줄이면서 이자 수령 |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하락·재투자 때 이자 감소 |
| 중기 국채 | 10% | 이자 수령과 일부 금리 하락 대응 | 금리 상승·상품 비용·외화채권의 환율 또는 헤지 손익 |
| 장기 국채 | 5% | 물가가 둔화하는 경기침체 때 금리 하락 대응 | 큰 가격 변동·물가 충격·환율 또는 헤지 손익 |
| 금 | 5% | 주식·채권 외에 자산 분산 | 이자 없음·가격 하락·상품에 따른 환율 영향 |
중기채와 장기채는 국내 국채 또는 환헤지를 적용한 미국 국채를 기본 비교 대상으로 놓았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사이클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국내 국채 투자를 미국 금리 하락에 직접 베팅하는 수단으로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실제 ETF나 펀드를 고를 때는 상품명에 적힌 만기 표시뿐 아니라 듀레이션, 실제 편입 채권 내역, 총보수, 그리고 환헤지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원화 현금과 단기 국채에는 '자금이 급히 필요할 때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지 않도록 방어하는 완충 역할'을 부여했다. 다만 원금이 법적으로 보호되는 은행 예금과 시장에서 거래되는 단기채 펀드는 거래 구조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서로 다르므로 같은 성격의 현금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채권 비중을 중기채(10%)와 장기채(5%)로 분할한 것은 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 가격 반등을 기대하되, 금리 추가 상승 시 장기채의 극심한 가격 변동성에 포트폴리오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을 제어하기 위함이다.
만약 향후 미국 주식을 추가 매수할 목적의 달러를 미리 모아두는 투자자라면, 원화 단기 국채 5% 대신 미국 단기국채를 편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원화 환산 손실 가능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므로, 일상생활을 위한 원화 지출 자금과는 철저히 분리해서 운용해야 한다. 달러 채권의 표면금리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성급히 통화를 바꾸면, 자금의 원래 지출 목적과 맞지 않는 불필요한 환율 위험을 떠안게 된다.
금(Gold)은 주식 및 채권과는 전혀 다른 경제적 요인으로 움직이는 실물 대안자산으로서 추가했다. 하지만 금 역시 물가가 상승하는 모든 국면에서 항상 가격이 오르거나 원금을 지켜주는 것은 아니다. 유동성 위기가 닥쳐 현금이 급해진 시장 참여자들이 모든 자산을 동시 투매할 때는 금값 역시 급락할 수 있다. 원자재나 에너지 관련 자산 또한 유가 급등에 대응하는 분산 수단이 될 수는 있으나, 경기 침체기에는 수요 위축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생활비를 지키는 방어자산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단기채는 금리 상승 국면에서 가격 방어력이 뛰어나지만, 금리가 본격적으로 떨어진 후 만기가 돌아오면 과거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재투자해야 하는 위험을 안는다. 반대로 장기채는 금리가 내릴 때 높은 자본 차익을 안겨주는 대신, 금리가 튈 때의 자본 손실 또한 막대하다. 결국 채권 만기를 선택하는 과정은 '어떤 장점을 취하고 어떤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하는 트레이드오프다.
방어자산 30%를 아무리 정교하게 나누어 배치하더라도, 주식 비중이 70%에 달하는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하락 위험은 여전히 크다. 만일 글로벌 위기로 주식이 40% 급락하고 나머지 방어자산 30%의 가치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단순 가정을 적용하더라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총 손실률은 28%에 달한다. 1,000만 원으로 시작한 원금이 단숨에 720만 원으로 깎여나가는 계산이며, 만약 물가 충격으로 방어자산마저 함께 떨어진다면 계좌 손실은 이보다 더 커진다. 이 정도의 원금 손실을 심리적으로나 재무적으로 견뎌내기 어렵다면, 방어자산의 구성을 고민하기에 앞서 70%라는 주식 비중 자체를 낮추는 결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망이 바뀌면 비중보다 투자 이유를 먼저 확인한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고용 지표가 뚜렷하게 약화되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장기 국채를 포트폴리오에 보유해야 하는 논리적 근거는 한층 탄탄해진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 역시 이러한 경기 둔화를 미리 포착하고 국채를 사들여 채권 가격에 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해 두었을 수 있다. 동일한 거시경제 전망을 공유하더라도 채권을 매수한 당시의 만기수익률(YTM) 수준과 포트폴리오의 듀레이션에 따라 감수해야 할 자본 손실 위험과 누릴 수 있는 자본 차익의 크기는 크게 달라진다.
반대로 물가 불안이나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장기금리가 다시 치솟는 국면이라면, 단순히 5%를 넘나드는 높은 표면이자만 바라보고 장기 국채 비중을 섣불리 늘리는 판단은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 금리 상승의 핵심 원인이 대규모 국채 발행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나 발행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신용 불안에 있다면, 물가와 고용 지표가 다소 꺾이더라도 장기금리가 기대만큼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국채금리 5%, 실질금리 상승과 주식시장 부담 에서 세웠던 전망과 실제 발표되는 지표가 어긋나기 시작할 때는, 당장 비중을 손대기보다 기존에 세웠던 전제 중 어느 가정이 빗나갔는지를 차분히 복기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거나 내려 처음 설정했던 자산 배분 비중과 격차가 벌어졌다면, 기존 자산을 매각하기보다 매월 새롭게 투입되는 여유 자금으로 비중이 줄어든 자산을 채워 넣는 방식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의 원래 목표 비중을 일정 주기로 복원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은, 그때그때 시장의 단기 금리나 주가 방향을 맞히려는 능동적 매매와 그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잦은 매매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와 세금, 그리고 향후 계획된 현금 흐름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리밸런싱의 빈도와 허용 범위를 정해야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일상생활이나 사업 목적으로 찾아 써야 할 원화 지출이 늘어났다면, 거시경제 전망을 분석하기에 앞서 그 지출 규모에 맞추어 현금성 자산을 미리 확보해 두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만약 주가가 폭락했을 때 이를 저가 매수할 기회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 국채를 팔아야만 비로소 현금이 확보되는 구조'를 짜두었다면 계좌 구성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주식과 장기채가 동시에 급락하는 위기 국면을 맞이한다면, 손실이 크게 난 장기채를 헐값에 강제 매도해야 하므로 방어자산에 당초 기대했던 완충 역할과 실제 투자 결과가 크게 엇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