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섰다. 금리가 왜 이렇게 높아졌고 기업과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잠깐 높은 수준을 거치는 것인지 앞으로도 이런 금리를 감당해야 하는지에 따라, 기업 이익과 주가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기준일: 2026년 10월 9일. 일별 금리 비교는 자료별 발표 시차를 고려해 10월 7일로 통일했다.
5%를 넘어선 미국 10년물 금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026년 6월 월평균 4.47%에서 9월 4.99%로 뛰었고, 10월 7일 하루 기준으로는 5.28%까지 올라섰다. 한 달 전체의 평균값과 특정 하루의 관측값은 구분해서 보아야 하지만, 최근 몇 달 사이에 금리 수준 자체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큰 흐름만큼은 분명하다.

여기서 말하는 국채금리는 '채권 시장에서 실제로 사고팔리는 가격'이 반영된 최종 수익률을 뜻한다. 이미 발행된 채권 종이에 적힌 약정 이자율이 매일 바뀌는 것은 아니다. 채권은 만기 때 돌려받는 원금과 정기적으로 나오는 이자가 처음부터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채권 가격이 떨어질수록 이를 새로 사들이는 투자자가 챙기는 최종 수익률(금리)은 반대로 올라가게 된다. 즉,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기존 가격에서는 사려는 사람이 없어 채권 가격이 떨어지다가, 더 높은 이자 수익률을 약속하고서야 비로소 거래가 성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채금리 5%라는 숫자가 그 자체로 당장 경제 위기를 알리는 절대적인 경계선은 아니다. 하지만 금리가 얼마나 가파르게 올랐는지, 그 고금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그리고 기업들이 과거에 빌린 빚을 언제 다시 갚고 새로 조달(차환)해야 하는지에 따라 실물 경제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만약 과거 저금리 시절에 빌려둔 고정금리 대출의 만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면 당장의 타격은 비켜갈 수 있다. 그러나 만기가 돌아와 지금의 높은 금리로 대출을 연장해야 하거나 새 공장 투자를 위해 돈을 빌려야 하는 순간부터는 훌쩍 뛴 금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미국 정부가 10년 동안 돈을 빌릴 때 치르는 기준 비용'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일반 기업이 장기로 자금을 조달할 때는 이 국채금리를 밑바탕에 깔고, 여기에 기업 자체의 부도 위험(신용위험)에 따른 가산금리(스프레드)를 얹어서 돈을 빌리게 된다. 결국 국채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아무리 튼튼하고 신용도가 좋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새로 빚을 내거나 투자를 집행할 때 이전보다 훨씬 더 무거운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9월 이후에는 실질금리 지표가 크게 올랐다
명목 국채금리에는 두 가지 기대가 함께 섞여 있다. 바로 물가가 오르는 만큼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대가(예상 물가상승률)와 물가 변동을 뺀 순수한 실제 이자 수익(실질금리)이다. 이를 따로 떼어내어 확인하려면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의 금리를 활용하면 된다. 물가연동국채는 원금이 소비자물가에 맞춰 자동으로 늘어나므로, 그 금리는 물가 영향을 뺀 시장의 '순수 알짜 실질금리'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9월 1일부터 10월 7일까지 명목 국채금리는 0.49%포인트 올랐고, 같은 만기의 물가연동국채 금리는 0.4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두 금리의 차이이자 시장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인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reakeven Inflation Rate, BEI)은 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즉, 이 기간 동안 국채금리가 뛴 것은 물가 걱정 때문이 아니라, 순수 실질금리가 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기간의 금리 상승을 시장의 물가 불안이 커진 탓으로 보기는 어렵다. 물가와 상관없이 돈을 빌리고 투자하는 데 드는 실제 비용(실질금리) 자체가 높아졌다는 점이 주식 투자자에게도 직접적인 부담이다. 물론 물가에 대한 걱정이 이 실질금리를 끌어올렸을 수는 있다.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아 연준이 고금리를 예상보다 오래 유지할 것으로 보이면, 투자자들도 긴 시간 돈을 묶어두는 대가로 더 높은 알짜 수익(실질 이자)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BEI에는 순수한 물가 예상치뿐만 아니라, 예상이 빗나갈지 모른다는 불안에 대한 보상이나 채권을 시장에서 사고팔기 편한 정도(유동성)의 차이도 함께 반영된다. 물가연동국채 금리 역시 돈을 오랫동안 묶어둘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기간 프리미엄)이 섞여 있다. 따라서 두 지표를 교과서에 나오는 순수한 기대물가나 이상적인 중립금리와 완전히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면 시장을 오해하기 쉽다. 위의 비교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각 금리가 실제로 얼마나 올랐는지이며, 연준의 통화 긴축 정책이나 국채 발행 물량 부담이 그중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로 따져보아야 한다.
금리 인상과 국채 공급이 장기금리에 영향을 준다
장기 국채금리는 크게 두 가지로 쪼개어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앞으로 단기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이고, 다른 하나는 만기까지 긴 세월 동안 채권을 들고 가는 위험에 대한 보상이다. 이 후자의 보상을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라고 부른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물가가 뛸 수도 있고 금리가 요동칠 수도 있으므로, 투자자가 그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대가로 웃돈(추가 수익률)을 요구하는 셈이다. 다만 이 기간 프리미엄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라 복잡한 통계 모형으로 역추산해야 하므로, 어떤 방식을 쓰느냐에 따라 계산값이 달라지기도 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FOMC)는 지난 9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00%로 결정했다. 당시 성명서에는 미국의 실물 경제가 여전히 튼튼하지만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담겼다. 이처럼 물가가 충분히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는 시장이 바라던 빠른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높은 기준금리가 생각보다 오래 이어지겠구나"라는 시장의 전망은 장기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미국의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1년 전보다 3.4% 올라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훌쩍 웃돌았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 역시 최근 물가가 다시 뛴 주된 배경으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을 지목했으며, 관세 부담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붐에 따른 수요 집중도 함께 언급했다. 일자리와 소비가 탄탄하게 버텨주는 상황에서 이런 물가 상승 압력까지 겹치면, 연준이 경기 침체를 걱정해 선뜻 금리를 낮춰주기는 더 어려워진다.
국채의 공급 측면, 즉 미국 정부의 빚 발행량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가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시장에 쏟아낼 때, 기존의 금리(이자율) 수준에서 이를 받아줄 투자자가 부족하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금리는 뛰게 된다. 채권 금리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높아져야 비로소 새로운 매수자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만 국채 발행이 늘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금리가 치솟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새로 찍어내는 국채가 만기가 짧은 단기물인지 10년 이상의 장기물인지, 그리고 이러한 발행 계획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되었는지에 따라 실제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각각이다. 실제 지난 8월 3일 미국 재무부는 7~9월 분기 동안 시장에서 조달할 순차입 규모를 7,390억 달러로 제시하며 지난 5월 전망치보다 680억 달러 늘려 잡았다. 하지만 이틀 뒤 발표한 정기 차환 계획에서는 만기가 긴 일반 고정금리 국채의 회차별 발행 규모를 당분간 늘리지 않고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즉, 정부의 전체 빚 조달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10년물 같은 장기 국채의 공급 폭탄'으로 직결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 발표된 전체 계획과 세부 만기별 입찰 규모, 그리고 이를 받아내는 실제 시장 수요를 입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2026년 2월 장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민간이 쥐고 있는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26년 101%에서 2036년 120%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이는 현행 법률과 거시경제 가정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의 추정치일 뿐이다. 하지만 국가 부채를 메우기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장기금리가 아래로 내려오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최근 관찰된 금리 상승분 중 얼마만큼이 순전히 이 재정적자 문제 때문인지를 칼로 무 자르듯 수치화하기는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정부의 이자 부담이다. 이미 낮은 고정금리로 발행해 둔 국채의 이자가 당장 뛰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저금리 시절에 빌렸던 빚의 만기가 돌아오면 지금의 높은 금리로 차환(새로 빚을 내어 갚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어난 이자 비용이 재정적자를 더 키우고, 그 적자를 메우기 위해 다시 국채를 찍어내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다만 국가 경제의 성장률과 세금 수입, 정부의 예산 지출 통제력 또한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금리가 뛰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국가 재정 위기로 단정할 일은 아니다.
금리 상승은 주가와 기업 이익에 부담을 준다
주식의 가격은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과, 그 먼 미래의 돈을 '지금 가치'로 되돌려 계산하는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여기서 '할인율'이란 미래에 들어올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깎아 적용하는 비율을 뜻하며, 백화점에서 물건값을 깎아주는 에누리와는 다른 개념이다. 주식의 할인율은 국채처럼 안전한 자산에 돈을 넣어두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본 이자율(무위험 수익률)과,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주식에 투자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보상(위험 프리미엄)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안전자산인 국채금리가 오를수록 적용하는 할인율도 덩달아 높아지며, 그 결과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의 현재 가치는 더 낮아지게 된다.
아래 그림은 먼 미래에 받게 될 특정 금액을 지금 가치로 계산했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여기서 8%와 9%라는 할인율은 이해를 돕기 위해 설정한 예시 수치다. 같은 금액을 받더라도 돈을 받게 되는 시점이 먼 미래일수록, 할인율이 조금만 올라도 현재 가치가 깎여 나가는 충격은 훨씬 더 커진다.

계산 결과를 보면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 할인율을 적용하는 순간 먼 미래에 받는 돈일수록 현재 가치는 원래 금액보다 크게 깎여 낮아진다. 5년 뒤에 받을 100만 원은 할인율 8% 적용 시 현재 가치가 68.1만 원이지만, 20년 뒤에 받을 100만 원은 이미 21.5만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둘째, 할인율이 단 1%포인트 올라 8%에서 9%가 되었을 뿐인데도, 돈을 받는 시점이 먼 미래일수록 가치가 깎여 나가는 타격은 몇 배로 커진다. 5년 뒤에 받는 돈의 가치는 68만 1천 원에서 65만 원으로 4.5% 줄어드는 데 그치지만, 20년 뒤에 받는 돈의 가치는 21만 5천 원에서 17만 8천 원으로 16.8%나 급감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매년 할인율이 누적되어 곱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간이 길어질수록 할인율 상승의 충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당장의 실적보다 먼 미래의 성장을 담보로 높은 몸값을 받는 성장주들이 금리 상승기에 유독 큰 타격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당장 현금을 안정적으로 벌어들이는 가치주는 할인율이 올라도 현재 가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완만하지만, 먼 미래에 폭발적인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성장주는 국채금리(할인율)가 조금만 올라도 기업가치가 혹독하게 깎여나갈 수밖에 없다.
높은 금리는 이렇게 계산상의 주가뿐만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손에 쥐는 영업이익 자체도 갉아먹는다. 변동금리로 빚을 많이 냈거나 만기가 임박해 새롭게 대출을 연장(차환)해야 하는 기업은 당장 갚아야 할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계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뛰면 일반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주택·건설 경기가 가라앉으며 기업의 매출 기반마저 약해진다. 기업 입장에서도 빚 조달 비용이 워낙 비싸지다 보니 공장 증설이나 신규 투자를 결정할 때 훨씬 더 보수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이 장기화되면 매출 정체와 투자 및 고용 축소라는 실물 경기 둔화로 이어진다.
주가수익비율(PER)은 기업이 주당 벌어들이는 순이익(EPS) 대비 주가가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만약 어떤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10% 늘어났더라도, 고금리 충격으로 시장에서 인정해 주는 배수(PER)가 25배에서 22배로 낮아진다면 주가는 1.10 × (22 ÷ 25) = 0.968이 되어 오히려 3.2% 떨어지게 된다.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 수치이지만, 기업이 실적을 더 잘 냈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이 그 이익에 대해 지불하려는 프리미엄(밸류에이션 배수)을 줄여버리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기업의 실적 발표를 들여다볼 때는 단순히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늘어난 이자 비용과 대출 만기 구조, 필수 투자금(Capex), 그리고 향후 순이익 전망치를 꼼꼼히 함께 따져보아야 한다.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넉넉하게 벌어들여 빚 걱정이 없는 알짜 기업이라 할지라도, 애초에 너무 비싼 배수(고평가된 주가)로 매수했다면 금리 상승기에 큰 평가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는 "이 기업이 앞으로 돈을 얼마나 더 잘 벌 수 있는가"와 "그 이익에 비해 지금 내가 몇 배의 가격표를 주고 사고 있는가"를 언제나 한 쌍으로 묶어 저울질해야 한다.
성장 때문에 오른 금리와 물가 불안으로 오른 금리
경기가 좋아져 기업들이 앞으로 돈을 더 잘 벌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 금리가 오르더라도 주가가 함께 상승할 수 있다. 반면 물가와 빚 조달비용(대출이자)은 치솟는데 기업의 이익 전망마저 나빠진다면, 주식시장은 할인율 상승과 실적 악화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게 된다. 결국 금리가 똑같은 폭으로 오르더라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와 기업이 실제로 돈을 얼마나 잘 버는지에 따라 주가의 반응은 완전히 달라진다.
실제로 2026년 6월 말부터 9월 말까지 S&P 500 지수는 2.0% 상승했고, 기업들이 앞으로 1년 동안 벌어들일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9.3%나 늘어났다. 10월 2일 시장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시장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9.0배로, 6월 말의 20.4배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주가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벌어들일 이익이 훨씬 더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주가가 이익에 비해 몇 배로 평가받는지를 뜻하는 '가격 배수(PER)'는 오히려 더 저렴해진 셈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 금리가 뛰어 발생하는 밸류에이션 부담을 실적 성장의 힘으로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다만 이 수치만 가지고 금리가 주식시장에 준 순수한 충격의 크기를 따로 떼어내어 계산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시장의 기대치였던 '예상 이익'이 앞으로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끝까지 지켜보아야 한다. 만약 향후 기업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쳐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다면, 주가가 그대로 머물러 있더라도 계산상의 예상 PER은 다시 높아져 가격 부담이 커지게 된다. 단순히 지금 보이는 배수 수치만 보고 "주가가 싸다"고 섣불리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투자는 거시경제에 두 가지 상반된 영향을 미친다. 먼저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여기에 필요한 장비와 부품을 공급하는 반도체·전력 기업들은 주문과 매출이 급증하는 직접적인 수혜를 누린다. 하지만 너도나도 시설 투자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빌리려 하거나 전력과 원자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돈을 빌리는 비용(금리)과 인프라 건설 비용이 덩달아 치솟는 부작용이 생긴다. 게다가 AI 기술이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전반적인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효과는 시장에 널리 퍼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AI 투자 열풍 때문에 미국 전체의 금리가 크게 올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AI 관련 투자가 급증한 반면 고금리 부담 탓에 주택 건설이나 전통 제조업 같은 다른 부문의 투자는 오히려 크게 줄어들었다. 이처럼 한쪽의 투자 증가가 다른 쪽의 투자 감소로 상쇄되면, 경제 전체가 필요로 하는 순수 자금 수요의 증가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뉴스에 나오는 개별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 발표와, 미국 경제 전체의 투자 및 저축 흐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명확히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실질금리가 오르는 와중에 기업의 실적 전망마저 꺾이고 회사채 금리까지 국채보다 더 가파르게 뛴다면 주식 투자자에게는 가장 위험한 신호가 된다. 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의 격차를 뜻하는 '신용스프레드(Credit Spread)'가 벌어진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기업이 제때 빚을 갚지 못할 수도 있겠다"며 돈 떼일 위험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고금리 국면이라 하더라도, 기업의 이익 전망이 견고하고 자금 조달 여건이 원활한 건강한 상태인지, 아니면 기업의 빚 상환 능력마저 흔들리는 위험한 상태인지를 반드시 나누어 살펴야 한다.
미국의 금리 변동은 한국 주식시장과 원화 자산의 가치에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미국 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지면, 안전하고 이자도 많이 주는 달러 자산으로 돈이 쏠리면서 원화 가치는 떨어지기(환율 상승) 쉽다. 다만 환율은 두 나라의 금리 차이뿐 아니라 한국의 수출 경기와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 기피 심리 등 수많은 요인이 함께 얽혀 움직인다. 또한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 기업과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거나 외화 빚이 많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따라서 단순히 "미국 금리가 올랐으니 한국 증시도 무조건 하락한다"는 식으로 시장의 방향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향후 6~12개월은 물가와 고용에 달려 있다
앞으로의 6~12개월은 물가와 고용, 그리고 이에 맞선 미국 연준의 정책 대응이 금리의 큰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월 연준이 발표한 경제전망(SEP) 점도표를 보면, 위원들이 예상한 기준금리의 중간값은 2026년 말과 2027년 말 모두 4.1%였다. 다만 이는 각 위원의 개별적인 생각을 모아둔 참고용 전망치일 뿐이며, 실제 기준금리는 앞으로 매달 발표되는 경제 지표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10월 1일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미국 경제와 일자리가 전반적으로 튼튼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물가가 생각보다 더 높게 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맴돌다가 점차 충격이 줄어들며 낮아질 것으로 보면서도, 그 과정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음을 분명히 짚은 것이다. 이러한 공식 입장과 지표들을 종합해 볼 때, 중앙은행이 금리를 빠르게 깎아주고 장기 국채금리가 급락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에 베팅하는 투자는 아직 근거가 빈약하다고 판단한다.
다음 표는 이러한 거시경제 흐름을 바탕으로 정리한 향후 시나리오별 조건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상황 분석일 뿐, 구체적인 목표 금리 수치나 발생 확률을 기계적으로 단정한 것은 아니다.
| 시나리오 | 향후 6~12개월의 금리 방향 | 향후 3~5년의 구조 | 주식시장에 대한 의미 | 판단을 바꿀 신호 |
| 물가가 서서히 둔화하고 성장 유지 | 높은 수준에서 변동하다 하락 여지 확대 | 과거 초저금리로의 복귀 속도는 제한될 수 있음 | 이익이 유지되면서 금리 부담 감소 | 물가 둔화가 멈추거나 이익 전망 악화 |
| 물가·재정 불안 지속 | 높은 금리 지속 또는 추가 상승 | 높은 정책금리 예상과 기간 프리미엄이 함께 유지될 수 있음 | 비싸게 거래되는 종목과 차입 의존 기업에 부담 | 물가와 기간 프리미엄 추정치가 낮아짐 |
| 경기·고용 악화 | 인하 기대와 국채 수요로 하락 압력. 물가·재정 불안이 크면 하락 제한 | 경기 조정 뒤 금리 수준은 구조 요인에 따라 달라짐 | 초기에는 이익 감소가 금리 하락 효과보다 클 수 있음 | 고용 안정과 이익 전망 회복, 신용스프레드 축소 |
물가가 점차 안정되고 기업의 실적 체력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금리가 완만하게 내려간다면 주식시장에는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이다. 반대로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인해 억지로 금리가 떨어지는 국면이라면, 당장 금리가 내려간다는 안도감보다 기업의 실적 쇼크와 빚을 갚지 못하는 부도 위험(신용스프레드 확대)이 주가를 먼저 강하게 짓누를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단순히 "금리가 떨어지는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기업의 이익 전망이 함께 살아있는지를 반드시 한 쌍으로 확인해야 한다.
3~5년의 고금리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앞으로 3~5년 뒤에도 지금처럼 높은 금리가 계속 유지되려면, 현재 겪고 있는 물가 충격이 가라앉은 뒤에도 순수 실질금리나 기간 프리미엄을 계속 높게 유지시키는 구조적인 원인이 남아 있어야 한다. 만약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가 줄어들지 않고 기업들의 공장·설비투자 수요마저 강하게 이어진다면, 시장에서 돈을 빌리려는 수요 자체가 쉽게 줄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무역 분쟁과 에너지 공급 불안정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 투자자들은 긴 시간 채권을 들고 가는 대가로 더 높은 보상(기간 프리미엄)을 계속 요구하게 된다. 이런 조건들이 맞물린다면 물가가 2%대로 안정되더라도 장기 국채금리는 생각만큼 크게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혁신 역시 금리에 두 가지 상반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 도입으로 똑같은 비용과 인력으로 훨씬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낸다면, 공급 능력이 커지면서 물가상승 압력은 오히려 낮아진다. 반대로 기업들이 너도나도 "AI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겠다"며 앞다투어 설비투자에 뛰어들면, 자금 수요가 폭증하면서 경제가 과열도 냉각도 되지 않는 균형 금리인 '중립금리(Neutral Interest Rate)' 자체가 구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즉, 생산성 혁신이 물가를 낮추는 효과와 기업의 자금 수요가 금리를 밀어올리는 효과가 팽팽하게 맞부딪히는 것이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이 공급 능력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반면 기업들의 실제 투자 수요는 예상보다 적거나 글로벌 저축 공급이 풍부해진다면, 물가와 실질금리가 함께 낮아지는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앞으로 AI 투자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과, 그 투자가 실제로 기업의 이익으로 결실을 맺는 시점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금리의 흐름을 점칠 때는 뉴스에 나오는 화려한 투자 계획 발표에만 현혹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실제로 돈을 집행하고 있는지와 산업 전반의 실질 생산성이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9월 연준 경제전망(SEP)에서 위원들이 제시한 '먼 미래의 장기 정책금리(중립금리)'의 중간값은 3.2%였으며, 위원별 예상 범위는 2.9~3.9%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이 수치는 일시적인 충격들이 모두 사라지고 경제가 정상 궤도에 안착했을 때를 가정한 이론적인 기준금리 판단일 뿐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시장의 단기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기대와 긴 세월의 위험을 감수하는 기간 프리미엄이 얹어지는 '10년물 국채금리'와는 개념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연준의 장기 정책금리 전망치가 3.2%라고 해서 시장의 10년물 국채금리도 3.2%까지 곧장 떨어진다고 계산해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고금리 기조가 시장의 기대보다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열어두고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5% 수준이 앞으로 3~5년간 당연한 상식이 되는 새로운 기준(뉴노멀)"으로 완전히 굳어졌다고 섣불리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최근의 금리 급등 구간은 관찰 기간이 비교적 짧고,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힌 뒤에도 높은 실질금리와 기간 프리미엄이 계속 유지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몸값(밸류에이션)을 평가할 때는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로 빠르게 되돌아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기대기보다, '높은 금리 환경에서도 자체적인 현금 창출력으로 이익을 꾸준히 늘려갈 수 있는 기초체력이 있는가'에 훨씬 더 무거운 비중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
주식 투자자는 금리와 이익 전망을 같이 확인한다
앞으로 발표될 물가와 고용 지표를 볼 때는 수치 자체뿐만 아니라, 그 발표 직후 시장 금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반드시 함께 살펴야 한다. 예컨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더라도 실질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이는 시장이 "연준의 높은 기준금리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될 것"으로 보거나 국채 공급 과잉 같은 수급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반대로 금리는 떨어지는데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함께 꺾이거나 회사채와의 금리 격차(신용스프레드)가 벌어진다면, 이는 경기 침체와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므로 주식시장에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장기 국채금리만 유독 튈 때는 미국 정부의 국채 입찰에 투자자 수요가 얼마나 몰렸는지, 그리고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대가인 기간 프리미엄 추정치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다만 단 한 번의 국채 입찰 결과나 특정 만기 간의 금리 차이만 보고 성급하게 시장의 방향을 단정할 수는 없다. 여러 차례의 경제 지표가 발표되는 과정에서 시장 금리의 움직임, 기업의 실적 전망, 그리고 실제 자금 조달 여건이 서로 모순 없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꾸준히 교차 검증해야 한다.
이번 금리 상승기에서 확인되었듯 물가 우려가 줄어든 뒤에도 실질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문다면, 먼 미래에 벌어들일 기업의 이익을 지금 비싼 가격(높은 밸류에이션)을 주고 사들이는 행위에는 한층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설령 기업의 이익 전망이 개선되더라도, 비싸진 자본 조달비용(고금리)을 감당해낼 수 있는 체력은 기업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주식과 현금, 그리고 만기가 서로 다른 채권을 어떻게 섞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다음글로 이어진다. 주가 폭락 시 장기 국채가 실질적인 방어막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환율 변동이 원화 기준 최종 수익률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가 자산 배분 전략을 세우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