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미국 CPI가 발표됐다. 숫자만 보면 주식시장이 반길 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그런데 현재 미국 장이 진행되는 동안 S&P500과 나스닥, 다우는 모두 오르고 있다. 글 작성 시점 기준으로 S&P500은 약 1.1%, 나스닥은 1.1%, 다우는 1.2% 정도 상승 중이다.
앞선 글에서 미국 물가를 볼 때 유가·PCE·10년물 국채금리·달러를 함께 봐야 한다고 정리했다. CPI 발표 뒤 시장은 실제로 이 변수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장이 진행 중인 시점의 수치이므로 종가와는 달라질 수 있다.)

CPI는 물가 부담이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8월 CPI(Consumer Price Index,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4% 상승했다. 7월의 월간 상승률 0.1%보다 높아졌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3% 올라 7월의 0.2%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다만 근원 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2.5%에서 2.4%로 낮아졌다.
에너지 가격의 영향이 컸다. 8월 에너지는 2.1%, 휘발유는 3.9% 올랐고, 휘발유만으로 전체 CPI 월간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설명했다.
CPI 발표 뒤 시장이 예상하는 9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도 약 72%에서 86% 수준으로 높아졌다. 2년물 국채금리가 4.60% 부근까지 오른 것도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과 연결된다.
그런데 주식은 반대로 오르고 있다.
유가가 110달러 부근에서 내려왔다
이번 주 시장의 부담을 크게 키운 것은 유가였다.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Brent 유가는 장중 109.97달러까지 올라갔다. 100달러를 넘어선 유가가 계속 상승하면 앞으로 발표될 물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후 유가의 방향이 바뀌었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둘러싼 협상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Brent는 3% 안팎 하락했고, 이후 Brent 유가는 장중 105달러 안팎으로 내려오고 있다. 여전히 100달러를 넘고 있어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110달러를 향해 계속 올라가던 흐름이 일단 멈췄다는 점은 주식시장에는 부담을 덜어주는 변화다.
2년물은 오르고 10년물은 내려왔다
국채시장에서는 단기물과 장기물의 움직임이 갈렸다.
2년물 국채금리는 4.60% 부근까지 올라갔다. 다음 주 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더 높게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98% 부근까지 올라 5%에 근접했다가 4.93% 수준으로 내려왔다. CPI가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유가도 고점에서 떨어지면서 장기금리에 대한 부담이 일부 완화됐다.
10년물은 주식, 특히 성장주와 기술주에 영향을 많이 준다. 장기금리가 높아지면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현재 가치로 계산할 때 적용되는 할인율도 높아져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최근 시장이 민감하게 본 것도 단순히 연준이 금리를 한 번 올릴 가능성보다는 10년물이 5%를 넘어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현재는 그 선을 넘지 않고 다시 내려오고 있다. 다만 10년물의 움직임을 물가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회사채 공급, 기간 프리미엄도 함께 영향을 준다. 최근 10년물이 빠르게 오른 배경에도 이런 요인들이 있었다.
달러도 금리 인상 기대만큼 강하지 않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 보통 달러에는 상승 요인이 된다. CPI 발표 직후 달러가 강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DXY(Dollar Index, 달러지수)는 99.04 부근으로 전일보다 0.04% 정도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80%대로 올라갔지만 달러가 함께 급등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 장기금리가 고점에서 내려왔고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엔화가 강해진 점도 달러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금리 인상 기대 상승 → 달러 급등 → 위험자산 약세로 이어지는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 증시는 오르고 있다
현재 시장 움직임을 CPI 하나로 설명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CPI는 물가 부담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실제로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하지만 동시에 Brent 유가는 110달러 부근에서 내려왔고, 미국 10년물도 5%를 넘지 않고 4.9%대로 돌아왔다. 달러 역시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며칠 동안 시장을 압박했던 조합은 다음과 같았다.
유가 상승 → 물가 부담 증가 → 추가 금리 인상 우려 → 10년물 상승 → 주식 밸류에이션 부담
현재는 이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유가와 10년물이 고점에서 내려오면서 물가와 금리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지는 상황은 일단 피했다. 기업 실적도 장 초반 투자심리에 일부 영향을 줬다. Oracle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하며 장전에는 크게 올랐지만, 정규장에서는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고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좋은 실적만으로 주가 상승을 설명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현재 미국 증시는 CPI보다 유가와 장기금리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CPI는 물가 부담을 남겼지만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고, 이후 유가와 10년물 금리가 고점에서 내려오면서 증시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PCE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앞선 글에서 PCE를 중요하게 본 이유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번 PPI에서는 항공료와 병원 서비스처럼 PCE 계산에 활용되는 일부 항목이 상승했다. PPI 발표 당시 시장에서는 8월 근원 PCE의 월간 상승률이 0.3%에 가까울 가능성도 제기됐다.
따라서 현재 주가가 오르고 있다고 해서 물가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9월 30일 발표되는 PCE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과 국채금리가 다시 시장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간단히 놓으면 이렇다.
| 변수 | 현재 움직임 | 시장 관심 |
| Brent 유가 | 109.97달러 → 105달러 안팎 | 추가 물가 압력이 더 커지는가 |
| CPI | 전월 대비 +0.4% | 물가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음 |
| 미국 2년물 | 4.60% 부근으로 상승 | 9월 금리 인상 기대 |
| 미국 10년물 | 4.98% 부근 → 4.93% | 5% 돌파 여부 |
| 달러지수 | 99선 부근 | 금리 상승에도 급등하지 않음 |
| 미국 증시 | 주요 지수 1% 안팎 상승 중 | 유가·장기금리 하락에 반응 |
| 근원 PCE | 9월 30일 발표 | 물가 둔화 여부 최종 확인 |
현재 미국 증시가 오르고 있는 이유는 물가가 좋아졌기 때문이라기보다 유가와 장기금리가 더 나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깝다.
앞선 글에서 적었던 유가·PCE·10년물·달러 가운데 지금 시장에서는 유가와 10년물이 먼저 방향을 바꿨다. 앞으로 Brent가 다시 110달러를 향하는지, 10년물이 5%를 넘어서는지, 달러가 함께 강해지는지를 보면 현재 상승 흐름이 유지될 수 있을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PCE는 그다음 확인할 숫자다. 지금은 CPI 한 번의 결과보다 유가와 금리의 변화가 물가 전망을 다시 어떻게 바꾸는지가 주식시장에 더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