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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물가연동국채(TIPS)의 18년 수익률을 비교하며 든 생각

by verywise 2026. 9. 16.

내 포트폴리오의 원래 출발점은 주식 70%(SCHD, QQQ)와 방어자산 30%(BND, 금, 단기채)였다. 하지만 2022년처럼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빠지는 환경을 보면서 그리고 현재 여러 국내외 상황을 보면서 주식을 줄이고 방어자산을 40%로 늘려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고 지금도 테스트 중이다.

고민 끝에 내린 중간 결론은 '단순히 방어자산의 비율을 키우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늘어난 10%를 BND에 더 넣는다고 해서 2022년 같은 인플레이션 하락장에 방어막이 두꺼워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비율을 바꾸기 전에 '방어자산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가'를 먼저 따져보기로 했고, 그 연장선에서 새롭게 대안으로 스터디해 본 것이 방어 역할을 명목 국채, 물가연동국채(TIPS), 금, 현금 등으로 잘게 쪼갠 '55/25/10/10' 구조였다.

그런데 막상 이 다각화 구조를 뼈대로 삼아볼까 고민하며 세부 데이터를 뜯어보다 보니, 마음 한켠에서 또 다른 근본적인 의문이 올라왔고 여러가지로 걸리는 게 많았다.

'어차피 장기적으로 계좌를 끌고 가는 것은 주식인데, 수익률도 바닥을 기는 TIPS 같은 채권을 굳이 비중까지 쪼개가며 들고 가야 할까?'

압도적인 주식의 강세장 기록을 볼 때면 그냥 주식 100%로 채우는 것이 정답처럼 느껴져 며칠간 이리저리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앞서 검토한 다각화 아이디어가 정말 실전에서 버틸 수 있는 구조인지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 과거 데이터를 다시 열어보고 살펴 보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2022년 인플레이션 위기까지 18년 동안 S&P 500(SPY)과 배당성장주(SCHD), 그리고 물가연동국채(TIP, VTIP)가 어떤 궤적을 그렸는지 시각화해 본 결과다.

주식 vs 물가연동국채 누적 수익률 비교 (2008-2026)

* 2012년 이전은 기초지수 데이터를 반영한 설명용 차트

결국 자산을 불리는 것은 주식이다

수익률의 덩치만 보면 주식이 압도적이다. 18년 동안 SPY는 누적 400% 이상 성장했고, SCHD 역시 그에 못지않은 우상향 궤적을 그렸다. 포트폴리오의 크기를 키우는 '성장 엔진'으로서 주식은 대안이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반면 광범위한 물가연동채(TIP)나 단기 물가채(VTIP)는 같은 기간 누적 수익률이 30~60% 선에 머물렀다. 숫자만 놓고 보면 포트폴리오에서 당장 빼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시간의 축을 길게 늘어뜨리면 결국 주식은 우상향하며 가장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2008년과 2022년의 폭락 구간을 확대해 보면, 과연 내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그 험난한 시간을 온전히 버텨낼 수 있을지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2008년: 교과서대로 작동했던 60/40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SPY는 고점 대비 거의 40% 가까이 추락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이 겹친 위기였다.

이때 중앙은행이 금리를 0% 수준으로 급격히 내리면서 국채 가격이 치솟았고, 물가연동채인 TIP 역시 주식이 무너지는 동안 꼿꼿하게 가격을 버텨냈다. 경제 위기 시 채권이 주식을 방어한다는 전통적인 60/40의 공식이 충실하게 작동한 구간이다.

2022년: 인플레이션이 깨버린 채권의 방어력

문제는 2022년이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준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자, SPY가 다시 20% 가까이 폭락하는 동안 믿었던 방어자산인 TIP마저 10% 이상 동반 추락했다.

꾸러미 안에 섞여 있던 10~20년 장기 채권들이 금리 상승의 타격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위기에서는 기존 채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때 계좌의 붕괴를 막아준 뜻밖의 자산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주식인 SCHD였다. S&P 500의 기술주들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때, 당장 현금흐름이 튼튼한 배당성장주들은 하락폭을 5~6% 선에서 막아냈다. 주식 내부에서도 스타일을 분산해 두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 셈이다.

다른 하나는 단기 물가채인 VTIP였다. 장기 채권들이 무너질 때, 만기가 짧은 VTIP는 금리 인상의 충격을 비껴가며 2022년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물가 상승분만 원금에 고스란히 쌓으며 최후의 수비수 역할을 해냈다.

자산배분의 의미

자료를 정리하며 그동안 이리저리 흔들렸던 포트폴리오 다각화 아이디어에 대해 나름의 답을 구했다. 어차피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주식인데, 수익률도 낮은 방어자산을 굳이 섞어두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익률 곡선 바닥을 기어가는 VTIP 같은 자산은 평소에는 계좌의 수익을 갉아먹는 짐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2022년처럼 주식이 수직으로 꺾이는 공포의 구간에서, 계좌의 하락폭을 제한하여 내가 주식을 헐값에 던지지 않도록 멘탈을 지켜주는 '심리적 방어막'이 되어준다.

나아가 주식이 폭락했을 때, 가격 방어가 된 채권이나 현금을 일부 팔아 바닥에 떨어진 주식을 싸게 주워 담을 수 있는 '리밸런싱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주식만 100% 들고 있었다면 물려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어떤 위기가 오든 내 계좌가 멈추지 않고, 내가 이 시장에 온전히 머물 수 있도록 역할과 여력을 분배해 두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며칠째 고민하며 스터디하고 있는 자산배분의 진짜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