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의 기준과 실제 실행 방법
주식 60%, 채권 40%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고 해보자. 이후 주식시장이 크게 올라 주식 비중이 70%까지 높아졌다. 계좌에는 수익이 쌓였지만 처음보다 주식시장 변화에 훨씬 민감한 포트폴리오가 됐다.
이때 일부 주식을 줄이고 채권을 늘려 다시 60대 40에 가깝게 맞추는 것이 리밸런싱(Rebalancing)이다.
겉으로 보면 오른 자산을 팔고 덜 오른 자산을 사는 매매처럼 보인다. 하지만 리밸런싱의 목적은 고점을 맞히는 데 있지 않다. 처음 정했던 위험 수준을 유지하는 것에 더 가깝다.
수익이 나면 포트폴리오의 위험도 달라진다
이전 노트 주식 60%, 채권 40%가 정답일까? 에서 자산배분 비율은 투자기간과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춰 정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비율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주식 60%를 선택했다는 것은 주식이 80%인 포트폴리오보다 변동성을 낮추면서도 일정 수준의 성장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런데 주식이 많이 올라 비중이 70%, 75%로 커졌는데 그대로 둔다면 처음의 결정과 다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게 된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주식이 크게 떨어져 비중이 50%까지 낮아졌다면 처음 계획보다 성장자산의 비중이 작아진 것이다.
리밸런싱은 이런 변화를 다시 조정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주식 60%, 채권 40%였다. 주식이 많이 오르면서 비중이 70대 30으로 바뀌었다면 일부 주식을 줄이고 채권을 늘려 다시 60대 40으로 돌아갈 수 있다.
현재 포트폴리오가 1억원이고 주식 7,000만원, 채권 3,000만원이라면 단순하게는 주식 1,000만원을 줄여 채권으로 옮기면 다시 6,000만원과 4,000만원이 된다.
여기에는 “주식이 이제 떨어질 것이다”라는 전망이 필요하지 않다. 처음 계획으로 돌아간 것뿐이다.
많이 오른 자산을 전부 팔 필요는 없다
리밸런싱을 처음 접하면 수익이 많이 난 자산을 팔아버리는 전략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초과된 비중만 조정한다.
목표가 주식 60%인데 현재 70%가 됐다면 주식을 전부 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60%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주식시장이 이후에도 계속 상승한다면 여전히 60%의 주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승에 참여할 수 있다. 반대로 시장이 크게 조정되면 이전보다 주식 비중을 낮춘 덕분에 하락 충격도 줄어든다.
리밸런싱은 시장 전망에 따라 투자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전략이라기보다 포트폴리오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교정하는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원래 비중에 정확히 맞출 필요도 없다.
주식 목표가 60%인데 61%가 됐다고 바로 매도한다면 시장이 조금만 움직여도 계속 거래하게 된다. 거래비용과 세금이 발생하고 관리도 지나치게 복잡해진다.
어느 정도의 오차는 허용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언제 리밸런싱할 것인가
리밸런싱 시점을 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시간을 기준으로 점검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포트폴리오를 열어 목표 비중과 현재 비중을 비교한다. 그 차이가 의미 있게 커졌다면 조정하고, 별 차이가 없다면 그대로 둔다.
이 방식은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을 매일 보지 않아도 되고 투자자의 감정이 개입될 여지도 줄어든다.
다른 하나는 비중이 일정 범위를 벗어났을 때 조정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주식 목표 비중이 60%라면 60%에서 조금 움직일 때마다 거래하지 않고 일정한 허용범위를 정해둘 수 있다. 65%를 넘어가거나 55% 아래로 내려가는 등 사전에 정한 범위를 벗어났을 때 리밸런싱을 검토하는 식이다.
여기서 5%포인트라는 숫자가 모든 투자자에게 적절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변동성이 큰 포트폴리오라면 범위를 넓게 잡을 수도 있고, 위험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면 더 좁은 범위를 사용할 수도 있다.
두 방법을 섞는 것도 가능하다.
평소에는 6개월 또는 1년에 한 번 확인하되, 시장이 크게 움직여 자산 비중이 허용범위를 크게 벗어나면 중간에 한 번 점검하는 방식이다.
리밸런싱 규칙은 정교할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계속 지킬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것이 좋다.
꼭 팔아서 맞출 필요는 없다
리밸런싱이라고 하면 보통 오른 자산을 매도한 뒤 다른 자산을 사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매도하지 않고 비중을 조절하는 방법도 있다.
매달 새로운 투자금이 들어오는 투자자라면 비중이 부족한 자산에 신규자금을 넣을 수 있다.
주식 목표가 60%인데 주가 상승으로 65%까지 높아졌다면 당분간 새 투자금을 채권이나 현금성 자산에 넣어 비중을 천천히 맞추는 식이다.
배당이나 채권 이자가 들어왔을 때도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방식은 특히 세금이 발생할 수 있는 계좌에서 유용하다. 수익이 난 자산을 팔지 않고도 비중을 조정할 수 있어 불필요한 매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미 투자자산 규모가 커서 신규 투자금만으로 비중을 조절하기 어렵다면 일부 매도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리밸런싱은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도 → 재매수뿐 아니라 신규자금 → 부족한 자산, 배당·이자 → 부족한 자산이라는 방법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리밸런싱에도 함정은 있다
리밸런싱을 기계적으로 사용하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가장 먼저 볼 것은 자산의 가치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는가이다.
예를 들어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됐는데 단순히 가격이 떨어져 비중이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사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이것은 자산배분의 리밸런싱과 손실 종목 물타기를 혼동한 경우다.
광범위한 주가지수와 채권처럼 장기 자산배분을 위해 선택한 자산이라면 비중 복원의 의미가 비교적 명확하다. 반면 개별 종목이나 특정 테마 ETF에서는 처음 투자한 이유가 여전히 유지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세금과 거래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비중이 조금만 달라질 때마다 사고팔면 리밸런싱으로 얻는 효과보다 거래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 큰 수익이 발생한 자산을 매도하면서 세금이 생긴다면 신규자금으로 조정하는 방법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시장 전망 때문에 규칙을 계속 바꾸는 경우다.
주식이 많이 올랐을 때는 “아직 더 오를 것 같으니 이번에는 리밸런싱하지 말자”고 하고, 주식이 폭락했을 때는 “더 떨어질 것 같으니 주식을 늘리지 말자”고 하면 리밸런싱 규칙은 사실상 사라진다.
가격이 많이 오른 자산을 일부 줄이는 일도 어렵지만, 크게 떨어진 자산을 다시 사는 일은 더 어렵다.
그래서 리밸런싱 기준은 시장이 흔들리기 전에 정해두는 편이 낫다.
리밸런싱은 수익률보다 위험을 관리한다
리밸런싱을 했다고 항상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주식이 몇 년 동안 계속 상승한다면 주식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보유한 포트폴리오가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대로 큰 상승 뒤 급락이 나타난다면 미리 비중을 조정한 포트폴리오가 더 잘 버틸 수 있다.
결과는 시장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리밸런싱을 평가할 때 “이 전략이 더 많이 벌었는가”만 보면 목적을 놓치기 쉽다.
처음 주식 60%를 선택한 이유가 80%의 위험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면, 주가 상승으로 비중이 75%가 됐을 때 이를 다시 낮추는 것은 원래 투자계획을 유지하는 행동이다.
리밸런싱은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시장이 움직이는 동안 포트폴리오가 자신도 모르게 다른 위험 구조로 변하는 것을 막아준다.
자산배분을 정하는 것이 설계라면 리밸런싱은 그 설계를 유지하는 관리에 가깝다.
그런데 장기 자산배분만으로 모든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자산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수익을 추구할 자산을 따로 나누는 방법도 있다.
시장 전체에 장기 투자하면서도 개별주나 성장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맡는 코어와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위성 자산을 구분하는 이유와 각각의 역할을 살펴본다.